[11일 국무회의]가계빚 대책 전면 재검토 할듯

  • 입력 2003년 3월 11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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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1일 국무회의에서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보고한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 ‘대책 없는 대책’이라며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김 부총리가 지난 국무회의에서 법인세 인하 방침을 보고하자 바로 다음날인하 방침을 뒤집은 데 이어 이번에 또 부총리의 보고내용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노 대통령, ‘대충 하는 보고 안 된다’=김 부총리가 ‘가계 부채 현황과 대응방안’을 보고한 직후 노 대통령은 “이 보고만을 받고는 답을 얻지 못하겠다. 대책 없이 대강 짚고 넘어가자는 것이다”면서 “앞으로의 추진대책이 이대로라면 대책이 없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질책했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질타에 회의장은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은 “가계 부채 중에서 투기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투기성 부채가 얼마인지를 파악해야 효율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다”며 대통령을 거들었다. 이에 김 부총리는 “과거 부동산 투기 시대 때는 그럴 수 있지만 지금은 가계 빚이 가구당 5000만원선 이하여서 투기성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가계대출 중 교육비 비중과 총 가계대출 중 카드대출 비중, 위험한 대출액과 대응방안, 과거에 시행한 가계대출 안정대책 등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면서 허술한 보고내용을 재차 문제 삼았다. 대통령은 또 “강 위원장의 지적처럼 가계 부채 구성비를 지속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기목적 가계 대출 조사 여부 촉각=노 대통령이 투기목적의 가계대출을 별도로 분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에 대한 전면 조사가 이뤄질지 여부에 차입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계는 이론적으로 투기성 가계대출을 분류하는 일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론 방대한 규모의 조사를 벌여야 하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1가구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제한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등 투기성 가계대출 억제대책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조사는 금융기관과 차입자간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002년 기준으로 가계 빚(대출자금) 중 주택구입용이 56.1%로 가장 높고 대출상환 9.4%, 사업 및 부업 7.6%, 투자 및 예비자금 7.2%, 생활비 1.9% 순으로 나타났다. 2월말 현재 가계 빚이 224조7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26조원이 주택구입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하지만 126조원 가운데 투기용 대출이 얼마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

이창식 우리은행 상품개발팀장은 “주택구입용 가계대출이 투기성이냐 여부를 판단하기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며 “실제로 주택구입용 가계대출은 1억원 이하가 많아 이를 투기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투기성 여부를 확인하려면 가계대출자금의 사용증명 서류를 일일이 받아야 하고 국세청의 전산망을 활용하여 차입자 재산내용을 추적해야 한다는 게 은행권의 지적이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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