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변 원자로 재가동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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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994년 미국과의 제네바합의에 따라 가동을 중단했던 평안북도 영변의 원자로를 재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26일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들은 “북한이 25∼26일 영변의 5MW 원자로(흑연실험로)의 재가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언론들은 “미국이 정찰위성을 통해 수주 전에 영변의 원자로 건물에서 흰 연기가 나오는 것을 확인했으며 26일에는 원자로로부터 방열(放熱)과 함께 건물 전체 온도가 미묘하게 상승하는 것을 적외선 센서로 감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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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핵무기 생산에 직결되는 사용후 핵 재처리시설이 재가동되고 있다는 징후는 아직 포착된 게 없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미 관리들은 “원자로 재가동은 핵 재처리시설 재가동보다는 덜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미국을 압박하고 핵개발 계획을 계속 추진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보여주는 심각한 일”이라고 말했다.

매코맥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우리는 평화적 외교적 해결을 추구하지만 모든 선택 대안이 책상 위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루 핀터 국무부 대변인은 “국제사회에 대한 또 하나의 도발이며 고립을 자초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27일 북한의 영변 원자로 재가동에 대해 확고하게 반대한다며 재가동은 개탄할 만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의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아시아 순방을 하던 시점에 재가동이 이뤄진 점이 주목된다”고 전했다.

미국은 북한이 현재 8000여개의 폐연료봉을 이용해 몇 개월 내에 5, 6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5MW급 원자로를 재가동하면 1년 내에 핵무기 1개를 만들기에 충분한 약 5.85㎏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원자로 재가동 목적이 에너지난 타개라고 밝혀왔으나 미 관리들은 이날 “5MW 원자로는 전력 보충에 턱없이 부족한 양”이라며 “의도는 다른 곳에 있음이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정부 "심각한 상황"▼

우리 정부 당국자는 “최종 확인은 안됐으나 정보 분석 결과 최근 북한이 5MW 원자로 재가동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예상된 일이었으나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우려를 갖고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이어 “북한이 5MW 원자로 가동을 통해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폐연료봉이 나올 때까지는 최소 1년에서 1년반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냉정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정부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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