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인신부 "2000만 반대표에 마음 문 열어야"

  • 입력 2003년 2월 25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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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년도 원래 가졌던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야. 초심(初心)을 말이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인 송기인(宋基寅·65·천주교 부산교회사연구소 소장)신부. 25일 대통령 취임식장에 참석한 그는 먼발치에서 노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했다.

노대통령과 송신부의 첫 만남은 1982년 여름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변호인단 면담 자리에서였다. 이후 85년 부산민주시민협의회, 87년 6월항쟁 국민운동 부산본부를 함께 꾸리며 쓴 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낼 정도의 애정을 쌓았다. 노대통령은 그를 “지금까지 여러 가지로 내게 도움을 많이 베푼 분”이라고, 송신부는 노대통령을 '그 놈'이라고 부르는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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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신부는 25일 "80년대 중 후반 차가운 길거리에서 나라를 걱정했던 그 당시 그 마음을 5년 동안 갖고 살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은 국가와 세대간을 아우르는 대동(大同)사회를 이룩하는 통치철학을 가져야 한다"며 "노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심부름꾼이라는 각오로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송 신부는 "중요한 것은 세대간, 지역간, 빈부간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어우르는 사회를 이룩하는 것이다. 선거에서 나타났듯이 2000만명이 (노대통령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다. 이런 사람들을 모두 끌어안으려면 자기 자신이 오픈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송 신부는 "노 대통령은 여러차례 어려운 고비를 요술처럼 넘겼고, 그때마다 큰 보람을 느꼈던 것 만큼 앞으로도 어려움을 이겨 나갈 수 있을 것이란 예감이 든다"며 "세계 전체가 화해 기운으로 가는데 이런 문제를 못 풀 이유가 없다. 조급해 하지 말고 좀더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고 대화로 풀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단, 외국 경험이 없어 외교와 관련해 능숙하지 못한 점이 드러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송신부는 이어 "개혁은 국민의 지지와 공감대 위에서 추진되어야 하고, 특히 재벌 개혁은 공정한 분배와 기업간의 올바른 경쟁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를 잘 몰라 조언할 입장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그렇지만, 필리핀처럼 가난해도 국민들이 만족하며 사는 것같이 경제 발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난하지만 국민들이 즐겁게, 그리고 만족하며, 서로 기대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대통령 가족과 주변인물들의 비리에 대한 걱정도 내비쳤다. 송신부는 "20여년 노무현을 알고 지내며 한가지 믿는 것은 재산을 모으려는 성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치자금이니 돈에 관련된 문제에 연루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도 "본인은 아니라고 자신하지만, 자식이나 친지들이 대통령과 측근이라는 이유로 큰 사기에 걸려들까 걱정된다.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대통령 친지들을 이용하고 좌지우지하려는 사람들이 나쁜 것인데, 이는 국민들이 그렇게 되지 않도록 지켜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송 신부는 "언론의 자유는 확실하게 보장돼야 하고 또 보장될 것으로 믿는다"며 " 언론도 국익에 대해 스스로 판단해 보도하는 성숙한 모습이 필요할 뿐 아니라 노대통령도 특정 회사를 배제하지 말고 모두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식이 끝난뒤 부산에서 올라온 각계인사들과 국회의사당 맞은편 설렁탕집에서 30여분만에 간단히 점심을 마치고 부산행 전세버스에 오르기 직전 송신부는 이런 말을 남겼다. "노대통령은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잘할 것으로 믿는다. 또 이번 각료에 386세대들이 대거 들어간 것에 대해 국민의 한사람으로 조금 불안하지만, 그만큼 개혁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국민들이 한번 믿고 지켜봐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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