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상시 계좌추적권 추진…재계 "정치적 남용 우려"반발

  • 입력 2003년 2월 11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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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내부거래조사 때 사용하는 계좌추적권(금융거래정보 요구권)을 무기한 갖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계좌추적권 보유는 과거 입법 당시 재계는 물론 금융계까지 반대했던 사안이어서 이를 항구적으로 갖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더 큰 논란이 예상된다.

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은 1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공정위가 항구적으로 계좌추적권을 갖는 방안을 도입키로 했다”며 “곧 입법 예고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는 1999년 대기업 그룹의 부당내부거래를 밝혀내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고쳐 공정위에 한시적 계좌추적권을 부여했다. 공정위의 계좌추적권은 한시적 권한이어서 3년 단위로 법 개정을 통해 연장돼 왔다.

2000년 정기국회에서 공정위가 2004년 2월까지 계좌추적권을 갖도록 공정거래법이 개정돼 공정위는 2004년 2월 이후 계좌추적권이 자동 상실될 예정이었다.

이 위원장은 “공정위 직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당내부거래를 밝히려면 계좌추적권이 필수적”이라며 공정거래법 개정 의지를 밝혔다.

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공약으로 제시한 사법경찰권에 대해 “공정위가 부당내부거래를 조사할 때도 사법경찰권을 가질 수 있다면 계좌추적권과 함께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다만 “공정위가 사법경찰권을 가진다면 임의조사로 밝히기 어려운 ‘카르텔’ 등 각종 담합행위 적발에 주로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또 대기업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 계획을 연초에 일괄 예고한 뒤 조사하는 방안도 도입할 계획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는 대북(對北)송금 의혹과 관련, 현대상선의 부당내부거래 혐의에 대해 계좌추적을 하라는 여론을 줄곧 외면해 왔다”면서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자의적으로 행사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항구적으로 계좌추적권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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