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불명 6명 이름으로 北송금 2235억 돈세탁

  • 입력 2003년 2월 3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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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대북 관련 사업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2235억원이 2000년 6월 북측에 송금되기 이전 신원을 알 수 없는 ‘가공의 인물’ 6명의 명의를 이용한 돈세탁 과정을 거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3일 “산업은행 대출금 2235억원(수표 26장)은 수표 이서 내용이 중간에 끊기거나 확인할 수 없는 이름이 적혀 있어 수표 추적이 불가능했다”며 “이서된 6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국민연금관리공단 전산망에 조회해 보았으나 신원을 파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감사원측은 또 이서된 글씨가 그리 비슷하지 않았고 신원도 확인되지 않은 가공인물들이라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필적 감정을 의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의 대북 비밀송금 과정에는 국가정보원이 개입됐다는 여권 고위관계자의 증언이 있었다. 국정원 직원들은 필요시 주민등록번호와 본적지를 변경,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내 이처럼 돈세탁에 활용하는 것으로 금융권에 알려져 있다. 또 이 같은 행위는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어 “현대상선이 기업어음(CP) 상환에 썼다고 밝힌 765억원을 수표 추적한 결과 이 중 일부가 회사 명의가 아니라 현대상선 직원 개인 명의로 이서돼 있는 문제점도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달 30일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각각 감독을 소홀히 하고 관련 규정을 위반한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과 박상배(朴相培) 산업은행 부총재에 대해 인사권자에게 인사 자료 또는 업무 감독에 활용하라고 통보하는 것 등으로 감사를 종결짓고 검찰의 요청이 있을 경우 감사 자료를 전달하는 등 적극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임원 이상은 징계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인사 자료로 활용하라고 인사권자에게 통보한 것은 곧 해임의 뜻”이라며 “인사권자가 통보를 받고도 해임하지 않는다면 감사원으로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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