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찰 “北, 만경봉호 통해 간첩활동 지령”

  • 입력 2003년 1월 29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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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원산과 일본 니가타(新潟)항을 오가는 북한의 부정기 연락선 ‘만경봉’호가 일본 내에서 대남 간첩활동을 조종했다는 증언이 처음 나왔다.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매체들은 29일 총련 간부 출신의 한 남성(72)이 만경봉호를 통해 대남 간첩활동 지령을 받고 93년부터 2001년까지 활동한 사실을 시인했다고 일본 경시청 발표를 인용해 일제히 보도했다.

연간 20∼30차례 여객과 화물을 싣고 북한과 일본을 오가는 만경봉호는 그동안 간첩 활동 의혹을 받아오긴 했지만 일본 경시청이 이를 입증할 구체적 진술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남성은 1949년 한국에서 일본으로 밀입국했으며, 93년 북한 통일선전부 공작원이 된 뒤 2001년까지 일본을 근거지로 대남 공작을 해 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11월 외국인등록 서류에 타인의 정보를 기재했다가 허위기재 혐의로 체포됐고 경시청은 그의 가택을 조사하던 중 일련번호가 매겨진 간첩활동 지시 문건을 압수했다.

이와 관련,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만경봉호의 일본 입항 규제를 위한 법 정비가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교도통신은 29일 정보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만경봉호가 1974년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을 저격, 시해하려다 부인 육영수(陸英修) 여사를 사망케 했던 ‘문세광 사건’에도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당시 범행에 사용된 권총은 오사카의 한 파출소에서 도난당한 것이었는데 이는 만경봉호를 타고 온 북한공작원이 일본에서 권총을 조달하도록 지령한 데 따른 것이었다는 것.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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