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급도 '청와대 입성' 치열한 경쟁

  • 입력 2003년 1월 29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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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통령직인수위의 30, 40대 실무진 중에서는 취재진을 붙잡고 이런 하소연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주위의 견제가 심해져 '청와대 입성'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수석급 인사가 속속 발표되면서 요즘 인수위내에선 청와대 비서관(1, 2급)과 행정관(3∼5급) 자리를 놓고 벌이는 실무진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현 청와대 직제를 보면 비서관은 43명, 행정관은 130여명. 이중 중앙부처의 파견 공무원을 뺀 실질적인 '물갈이 대상 인원'은 비서관 20명, 행정관 30여명 등 총 50여명에 불과하다.

'청와대 입성'을 노리는 인수위 내 전문위원과 행정관만 120∼130여명에 이르는 만큼 이들은 최소 2.5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문제는 수석 내정자들이 자기 사람 1, 2명을 데리고 청와대에 들어가는 게 관례인 데다 '인수위 입성'에 실패한 민주당 당직자 중에서도 청와대행 희망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실질 경쟁률은 최소 5 대 1 이상이라는 분석이 많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부속실에는 현 인수위 비서실 인원이 대거 포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무, 공보, 정책기획 분야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경쟁이 예상된다"며 "정치지망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정무비서관 자리는 10대 1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실무진 사이에서는 "인수위까지 왔는 데 청와대에 못 들어가면 망신이다"는 생각까지 퍼져 상호 견제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

1월 중순 K대 출신의 국회 및 인수위 관계자들이 모여 신년회를 열자 다른 대학 출신들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연고주의 문화 청산'을 강조했는데, 뭐 하는 짓이냐"며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인수위측은 '청와대 입성'을 둘러싼 과열 경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다음달 중순 다면평가를 실시하는 한편, 별도의 인사위원회를 만들어 인선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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