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核해결 열쇠는 北 태도변화"

  • 입력 2003년 1월 7일 18시 57분


7일 북핵 문제 협의차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는 임성준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이훈구기자
7일 북핵 문제 협의차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는 임성준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이훈구기자
북한의 우라늄 핵개발 프로그램 ‘선(先) 폐기 및 확증’을 강조해온 미국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도 우리 정부가 제안한 것처럼 북한이 일단 핵 폐기 ‘의사’를 밝히면 이를 북핵 문제 해결의 시발점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게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의 한미 양자협의에 참석한 우리 대표단의 전언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6일(한국시간 7일) “우리는 북한을 침공할 의도가 없다”며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고 거듭 밝힌 배경도 주목된다. 똑같은 언급을 되풀이한 것이지만 미국에 불가침조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 지도부를 어느 정도 안심시키고,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비록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태도 변화를 시사하고 나서자 정부 대표단 사이에서는 북한의 태도에 따라서는 북-미간에 뭔가 ‘접점’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 대표단 관계자들은 아직은 미국의 태도 변화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미국의 태도가 ‘미묘한 변화의 와중’에 있다는 것이다. 대표단은 이 때문에 ‘미국이 한국의 중재안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일부 외신 보도가 나오자 “그런 일이 없다”며 해명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3국 TCOG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합의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자칫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우리 대표단의 판단이다. 또 미국이 ‘태도 변화’를 보였다고 정리하기보다는 ‘모호성’을 남긴 채 이달 중순에 열리는 제9차 남북장관급회담에 임하는 것이 북한을 설득하는 데도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열쇠는 역시 북한이 쥐고 있다. 미국은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의 태도변화가 필수요건이라는 단서를 붙여놓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외교소식통들은 “미국의 입장은 북한이 말로만 ‘선 폐기 의사’를 밝히면 미국도 말로만 ‘대화 의사’를 밝히고, 북한이 행동으로 옮기면 미국도 행동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태도변화를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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