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당선자, 시민단체와 공동보조]NGO案 전폭 수용

  • 입력 2003년 1월 6일 18시 49분


노무현(盧武鉉) 정부와 시민단체는 한마디로 ‘개혁의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노 당선자가 표방하고 있는 개혁노선의 상당 부분이 그동안 시민단체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내용과 일치하는 데다 새 정부의 주요 정책을 입안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적지 않게 포진해 있다는 점도 이런 전망을 낳는 대목이다.

특히 노 당선자가 대선 공약으로 내놨던 출자총액제한이나 집단소송제 도입과 같은 재벌개혁방안이나 한시적 특별검사제 도입, 검찰인사제도 개선 등 검찰개혁 방안은 이미 시민단체가 제시한 방안. 노사정(勞使政)위원회의 위상을 격상하고 필요하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노동계 대표와 대화를 나누겠다고 한 것이나, 각종 정부 위원회 구성과정에 시민단체 대표들을 참여시키겠다고 약속한 것도 향후 양자간의 파트너 관계를 짐작케 한다.

노 당선자는 또 새 정부의 장관 인선 과정에서 시민단체의 추천을 받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정부 구성에 있어서도 시민단체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할 태세다.

그는 6일 시민사회단체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여러분들이 해 온 시민운동의 축적이 없었더라면 이번에 당선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며 시민단체의 역할이 대선 승리의 원동력이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런 상황은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시민단체를 ‘외곽 지원세력’으로서 활용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과는 상당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DJ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 부패방지위원회 등을 신설하는 등 시민단체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직접 국정 운영에 참여시킨 예는 그리 많지 않았다. 시민단체도 비판적 협력관계의 입장에서 DJ정부를 상대했다. 오히려 집권 초기에는 DJP공조에 따라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를 국무총리로 지명한 것은 물론 이종찬(李鍾贊) 김중권(金重權)씨 등 구여권 출신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시민단체 인사들은 대통령비서실이나 정부 산하 위원회에 부분적으로 기용되는 데 그쳤다.

물론 2000년 총선 당시 시민단체가 낙천 낙선운동을 벌이면서 DJ정부와의 밀월관계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99년 옷로비사건 당시 시민단체의 특별검사제 도입 요구를 거부하면서 양자관계는 결정적으로 빗나갔고 그 이후에는 종전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했다.

한편 시민단체 내에서는 노 당선자의 집권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많지만, 아직은 평가를 유보해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김기식(金起式)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막상 새 정부가 출범하고 나면 급속도로 관료사회에 포위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국가정책은 집권자의 의지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닌 만큼 아직은 뭐라고 평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측 관계자도 “지난해 3월 민주당 내 후보 경선 당시 시민단체의 경선자금 공개 요구를 거부한 것처럼 노 당선자는 시민단체의 요구에 무조건 호응하지는 않을 것이다”며 “새 정부와 시민단체는 의견이 일치하면서도 서로 견제하는 생산적 긴장관계가 형성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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