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고질병 또 도졌다…李-盧측 "낡은 정치" 비난

  • 입력 2002년 12월 3일 19시 00분


대통령선거가 중반전으로 치달으면서 정치권에서 고질적인 지역감정 공방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 진영은 상대방을 겨냥해 ‘지역감정’을 부추긴다며 비난전을 펼치고 있다.

▽한나라당〓민주당이 최근 ‘부산은 뒤비진다’ ‘광주 호남 민심 변함없다’는 자극적인 제목을 단 당보(지난달 26일자)를 배포한 것을 문제삼았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민주당의 지역감정 선동이 극에 달하고 있으며, 이 당보야말로 노무현식 지역감정 조장이다”며 “김대중(金大中)식 지역감정이 호남과 충청표를 얻어 집권한 것이라면, 노 후보는 호남 몰표에 영남 지지로 정권을 잡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도 이날 선거전략회의에서 “노 후보와 민주당이 사용하는 노란색은 과거 평민당 시절 김 대통령이 지역감정 조장용으로 사용하던 색깔”이라며 “부산에서 ‘부산의 아들’ 운운한 노 후보가 노란 목도리를 두르고 지역감정 혁파 운운하는 것은 국민 기만행위”라고 가세했다.

조윤선(趙允旋)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호남권에서 노 후보 지지율이 90%를 넘고, 이 후보의 (벽보) 사진도 찢어졌다고 한다”며 “노 후보와 민주당의 지역주의 선동 수법이야말로 가장 먼저 타파돼야 할 낡은 정치”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이날 당보를 통해 지역감정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와 정대철(鄭大哲) 선거대책위원장 등을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민주당〓한나라당 중진들의 지역감정 조장 발언을 거론하며 ‘이회창식 낡은 정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부산 출신인 한나라당 허태열(許泰烈) 의원이 1일 부산 유세에서 “민주당은 노 후보 하나만 경상도고, 나머지는 다 전라도다”라고 한 발언이나,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부산항을 내려 앉히려고 광양항 예산을 매번 더 많이 줬는데 부산 사람이 이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한 발언 등이 민주당이 지적한 사례다.

“호남지역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1.8%, 노 후보가 90% 나왔다는 것은 이번에도 똘똘 뭉쳐보겠다는 것이다”는 홍사덕(洪思德) 의원의 발언, “충남 예산이 고향인 이 후보를 앞세워 충청인이 주도권을 잡는 충청도 시대를 만들자”는 김용환(金龍煥) 의원의 발언도 비판했다.

곽광혜(郭光慧) 부대변인은 “이 후보는 부산 유세에서 ‘부산의 자존심을 세우자’라고 했다가, 대구 유세에선 ‘정말 대구에 눈물과 심장의 피를 여러분께 바친다’는 섬뜩한 표현을 써가며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 후보는 지난달 30일 부산 유세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면서 증오와 분노로 국민들끼리 싸우게 하는 이 후보의 행태는 국가 지도자로서 할 일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