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鄭 공조 어떻게]'異質 정책' 거리좁히기 난제

  • 입력 2002년 11월 25일 18시 30분


‘부분 손질이냐 전면 수정이냐.’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이 선거공조 체제를 선언함에 따라 두 당은 이질적인 정책을 하나로 수렴하기 위한 실무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의 공약 가운데 서로 융합되기 어려운 이질적인 부분이 적지 않고 선거일까지 한 달도 채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통합공약을 선보일지 의문이다. 민주당은 노 후보의 정책노선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부분 수정을 원하고 있는 반면 통합21측은 백지상태에서 새 그림을 짜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벌써부터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양당 정책 통합 비상〓두 당은 서로 정책이견을 좁히는데 큰 무리는 없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정책공조 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두 후보가 내건 핵심 공약 가운데 정치철학이나 노선이 다른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 정책의 경우 두 당이 상당히 수렴한 상태라고 주장하지만 큰 틀은 정 대표가 친(親)기업적인 반면 노 후보는 재벌을 개혁대상으로 삼고 있어 경제철학에서부터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또 법인세 문제와 주5일 근무제 공무원노조 의약분업 고교평준화 정책 등에서도 노선 차이가 뚜렷하다. 더욱이 북핵 문제 해결방법과 지방화전략, 교육부 폐지문제에 대해서도 두 후보간 시각차가 현격히 벌어져 있다.

이에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제2정조위원장은 “노 후보의 정치이념과 경제철학을 크게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정 후보의 정책노선을 접합하게 될 것”이라면서 “두 당간에 큰 정책적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통합21의 전성철(全聖喆) 정책위의장은 “단순히 정책 차이를 좁히는 수준이 아니라 분야별로 양당 대표자가 만나 명실상부하게 ‘단일 정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민주당이 중산층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정 대표의 색깔과 노선이 담긴 ‘MJ 프로그램’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전략회의에서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에 누가 조율에 나서면 좋겠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정책조율을 독려하기도 했다.

▽통합공약 움직임〓노 후보와 정 대표는 후보단일화 이전부터 두 당의 정책이 서로 다른 점을 인정했다. 노 후보는 20일 열린 민주당 후원회에서 “정 후보와 정책차이는 있지만 정치개혁을 위해 굳게 손잡을 것”이라면서 “생산설비(정치)가 바로 돼야 제품(정책)이 합격품이 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단일화 전후에 “정치가 선진화되려면 여야 할 것 없이 정책은 수렴돼야 한다”면서 정책이 꼭 차이를 보여야 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두 당은 25일 노-정 회동 직후 통합정책을 만들기 위해 민주당 신계륜(申溪輪) 후보비서실장과 통합21 민창기(閔昌基) 홍보본부장이 만난 데 이어 김원기(金元基) 의원과 신낙균(申樂均) 선대본부장도 만나 정책공조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또 민주당 임채정(林采正) 정책위의장과 전성철 의장도 곧 만나 ‘정책협조 중진협의회’를 구성하고 정책조율에 나선다. 민주당은 26일 정조위원장 회의를 갖고 통합공약 수립방안을 만들어 통합21측에 제시하기로 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 간의 서로 다른 정책
 노무현 후보정몽준 대표
권력 형태 및 내각책임총리제 실천과 각 부 장관의 자율성 최대한 강화. 개헌은 2007년경대통령은 통일 외교 국방, 총리는 경제 치안 복지를 맡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위해 2004년 개헌
북핵 문제 해법반드시 대화로 해결. 경제 제재는 반대대화 포함한 평화적 해결. 북핵 포기 전까지 현금성 대북 지원 중단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구 개편 문제언급 없음국정원을 미국처럼 국가수사국(국내)과 해외정보국(국외)으로 분리
대기업 정책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배제와 재벌 개혁집단소송제 도입 검토 등 대기업 견제책 도입
기업 구조조정구조조정 촉진법을 통한 신속 처리기업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세율 조정완전포괄주의로 전환, 세원누락을 원천차단. 법인세 현행 유지법인세 소득세 인하 추진
부동산·주택문제주택가격 과다 지역 보유세 인상해 집값 안정5년 내 주택 250만호 건설. 아파트값 30% 인하 추진
지역 균형 개발충청권에 행정수도 신설. 단계적으로 특구지역 확대대기업 본사의 지방 이전. 수도 지방 이전은 반대
노사문제 노사정위원회 발전적으로 개편. 공무원 노조 인정노사정위원회에서 해결. 공무원 노조는 공무원 조합으로 바꿔야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97년 DJP공조땐▼

97년 DJP공조 당시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서로 다른 ‘색깔’ 때문에 정책 조율에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국민회의는 개혁성향을 유지하며 ‘중도보수’를 표방한 반면 자민련은 ‘보수원조’를 자처했던 만큼 국가보안법 폐지 여부, 금융실명제 보완책 등 몇 가지 분야에 대해서는 조율이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당시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 자민련 이태섭(李台燮) 정책위의장은 정책 조율에 앞서 “힘들었던 정치협상도 끝냈는데 정책문제쯤이야…”라고 낙관적인 태도였으나 정작 3주 가량 집중 토론을 벌인 끝에야 ‘DJP단일공약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당 정책위의장은 DJ와 JP가 ‘DJP합의문’에 공식 서명한 다음날인 11월4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정책협의회 및 양당 정책위부의장을 대표로 하는 실무 소위를 구성한 이후 11월18일까지 5차례 정책협의회를 가졌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 국민회의는 ‘민주질서보호법’으로 바꾸자는 입장이었으나 자민련은 국가보안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 논란을 빚다가 당시 법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인권침해가 없도록 보완해 운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자민련은 공약1호로 DJP합의사항인 ‘15대 국회 임기 내 내각제 개헌’을 내걸자고 했으나 민주당은 ‘2000년대 초반 소득수준 3만달러, 세계 5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내건 경제 분야를 제1공약으로 하자고 맞선 끝에 결국 국민회의 입장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양당은 15개 분야 ‘150대 핵심공약’ 등 총 800여개의 공약을 내놓았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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