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鄭 단일화 방식 전격합의]大選구도 다시 안개속으로

  • 입력 2002년 11월 16일 02시 10분


민주당 노무현 후보(테이블 왼쪽)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가 15일 밤 국회 귀빈식당에서 취재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후보단일화 협상을 시작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 노무현 후보(테이블 왼쪽)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가 15일 밤 국회 귀빈식당에서 취재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후보단일화 협상을 시작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통령후보가 15일 심야 회담에서 ‘100% 일반국민 대상 여론조사’ 방식으로 후보단일화를 이룬다는 데 전격 합의함으로써 30여일밖에 남지 않은 향후 대선 구도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빠져들게 됐다.

이날 양자 합의에 따라 후보단일화가 현실화할 경우 대선 구도는 지금까지의 ‘1강(强) 2중(中)’ 구도에서 ‘양자 구도’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회창(李會昌) 대세론’이 꾸준하게 확산돼 가던 대선 분위기는 이회창 후보와 단일후보 간의 치열한 정면승부 양상으로 급변할 것이 확실시된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는 두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더라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3∼8% 가량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두 후보의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두 후보의 지지층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측의 단일화 과정에서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TV합동토론’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거쳐 후보 단일화가 현실화하면 부동층에 숨어 있던 ‘반(反) 한나라당’ 정서를 가진 유권자들이 재결집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후보단일화 논의를 명분으로 한 탈당사태로 인해 지리멸렬 상태에 빠져 있던 민주당의 전열도 빠른 속도로 재정비되면서 하부 조직력까지 복원되고 이를 바탕으로 이회창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이날 두 후보가 극적인 합의에 이른 데에는 무엇보다 ‘단일화 없이는 필패(必敗)’라는 압박감이 강하게 작용했다. 특히 정 후보가 그동안 주장해왔던 ‘양당 대의원 50%, 일반국민 50% 대상의 여론조사’방식을 거둬들이고 노 후보측의 제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데에는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반드시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내부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 후보로서는 대의원 상대 조사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노 후보에게 이를 계속해서 요구할 경우 단일화 자체가 깨지면서 이회창 후보와 노 후보 양측에서 협공을 당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지지도가 다시 하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후보단일화가 현실로 나타나기까지는 난관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현재 오차범위 내로 좁혀져 있는 두 후보의 지지도 격차가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경우에는 ‘패자(敗者)승복’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또한 여론조사 기관 선정문제, 표본추출방식 등 기술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이날 합의문에서 두 후보는 ‘승리한 후보가 다른 후보를 돕는다’고 약속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협력방식은 정하지 않아 단일화 이후 불공정한 여론조사를 이유로 한 불복사태가 발생할 경우 양자의 동반몰락 사태도 가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양측은 추후 실무협상을 통해 단일화 과정에서 탈락한 후보가 단일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는다는 등의 구체적 장치를 마련하고 정책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의 대선공약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노무현-정몽준 후보 회담 합의문

1.가능한 한 여러 차례 TV토론을 거친 후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후보를 결정한다.

2.TV토론은 정책 중심의 토론이 되도록 한다.

3.여론조사는 객관적 방식에 의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4.TV토론과 여론조사는 후보등록 이전까지 완료한다.

5.이를 위한 구체적 방법은 실무팀에서 결정한다.

6.후보가 누가 되든 우리 두 사람은 단일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7.우리 두 사람은 낡은 정치 청산을 위한 정치혁명에 함께 협력한다.

8.우리 두 사람은 정치 개혁, 남북관계 발전, 경제 특히 농업개방문제가 당면한

국가적 과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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