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북정책 韓美공조 문제없나

  • 입력 2002년 11월 7일 18시 06분


우리가 미국 중간선거에서 놓치지 말고 읽어야 할 메시지는 ‘기존 대북정책 유지’로 요약된다. 임무 수행에 대한 중간평가에서 압승을 거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대외정책, 특히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과 이라크에 대한 강경 대응을 그대로 고수할 것이 틀림없다. 집권 공화당이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장악함으로써 의회라는 든든한 후원자까지 확보한 부시 대통령이 오히려 강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불거진 위기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이 거둔 정치적 승리는 매우 중요한 환경 변화다. 이 변화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한미간에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인식을 요구한다. 그런 맥락에서 오늘부터 도쿄에서 시작되는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는 큰 의미를 갖는다. 한미공조가 구두선(口頭禪)이 아니라 분명한 실체임을 보여 주어야 한다. 한미일 모두 중유 공급 등 시급한 사안에 대해 이견을 보임으로써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모든 논의는 ‘신속하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지난달 3국 정상의 합의 정신에 따라야 한다. 북한이 선(先) 불가침조약 체결을 주장하며 핵포기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는 전략적으로도 3국의 굳건한 공조가 필요하다.

올바른 공조는 정확한 상황 판단에서 출발한다. 지금은 정부가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시도할 때가 아니다. 변해야 할 대상은 약속을 위반하고 핵 무장을 추진 중인 북한이지 미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에 미국의 의중을 가감없이 전하는 투명한 자세도 필요하다. 평양에서 진행 중인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도 북한이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분야에서 성의를 보이도록 유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북한의 핵 무장 시도를 중단시키지 못하면서 우방과의 공조까지 매끄럽지 못해 차기 정권에 무거운 짐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정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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