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핵문제 깔고 경협한다니

  • 입력 2002년 10월 24일 18시 32분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도 불구하고 남북경협에 집착하는 정부 태도가 걱정스럽다. 엊그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대선후보들간의 간담회에서 임동원(林東源)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핵문제와 대북 지원을 연계하기 어렵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문제 따로, 경협 따로’식의 접근방식은 북한에 또 한번 이용만 당하는 결과가 되기 십상이라는 것을 정부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남북경협에 대한 이 정부의 ‘의지’는 전체 8개 항 중 상당수를 경협 관련 내용으로 채운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 공동보도문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간 철도 도로 연결이나 개성공단과 같은 경협사업들을 왜 서둘러야 하는지 정부측에 묻고 싶다. 북한 핵을 외면한 남북경협은 국민 여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다.

DJ 정부는 북한 핵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겠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과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것과 경협은 별개 문제다. 경협은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다. 정부가 대화와 경협을 혼동해 그 같은 카드를 제풀에 먼저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은 오히려 핵문제와 경협을 철저하게 연계해 핵문제의 추이에 따라 경협의 완급을 조절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때다.

그런 점에서 엊그제 국회에서 금강산 관광 경비보조금을 삭감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금강산 관광 대가로 북한에 지불한 돈이 핵개발에 사용됐을지 모른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있는 터에 오히려 때늦은 감마저 있다. 이번 조치는 핵문제가 완전히 해소되고, 불합리한 관광조건이 보편타당한 수준으로 개선될 때까지 유지되어야 한다.

북한 핵문제는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최우선적인 과제다. 경협을 계속하면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정부는 경협을 계속하는 문제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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