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개발계획 파문]美는 對北압박…韓日은 화해손짓

  • 입력 2002년 10월 20일 18시 45분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이 7월31일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접촉을 가지면서 북-미 관계는 대화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었다.

브루나이의 반다르세리베가완에서 개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의장에서 성사된 회동에서 파월 장관은 북-미 대화에 대한 미국의 기본 원칙을 밝혔고 백 외무상은 “미국과의 대화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후 이 기조선상에서 남북관계와 북-일 관계는 획기적으로 진전됐다. 그러나 미국 특사의 방북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계속 지연됐고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대북 접근에 딴죽을 거는 것처럼 비쳤다.

워싱턴포스트 19일자 기사는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고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파월 장관이 백 외무상을 만난 직후에야 미 고위 관리들은 “북한이 비밀 핵무기 개발계획을 갖고 있다”는 정보 분석가들의 공감대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에 따라 수면 하에서 미국은 대화기조를 포기하고 대북(對北) 압박 노선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대북 접근을 확대했다. 남북한은 8월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등 굵직굵직한 현안에 합의했고 지난달에는 남북통일축구대회와 아시아경기 북한참가가 성사됐다.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지난달 17일 역사적인 평양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의 돌파구를 열었다.

중간에 존 볼턴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이 8월 말 도쿄(東京)와 서울을 방문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것은 수사학이 아니라 사실적인 것”이라면서 제동을 걸었으나 한반도의 해빙기류를 뒤집기는 어려웠다.

미국은 고이즈미 총리에게 방북 전 북핵 문제를 북한에 강력히 제기하도록 요청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달 12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으면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거친 언사에 충격을 받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 드러나자 미국은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를 평양에 직접 파견키로 했다. 이것은 북핵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그 결과 북한이 4일 핵 개발계획을 시인함으로써 북한을 둘러싸고 평행선을 달리던 미국과 한일의 노선 갈등은 수면위로 드러났으며 전면적인 재조정을 요구받고 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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