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서항/多者대화에 문여는 북한

  • 입력 2002년 10월 8일 18시 49분


북한이 처음으로 2∼4일 러시아에서 열린 반관반민(半官半民) 성격의 제13차 동북아협력대화(NEACD) 회의에 참여함으로써 앞으로 동북아 6개국의 다자안보대화 개최 전망이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동북아협력대화는 1993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대 국제분쟁 및 협력연구소(IGCC)가 주관해 9∼10개월 간격으로 동북아국가의 안보담당자와 외교 국방관리 및 민간인 학자 등 30여명이 모여 ‘대화를 통한 상호신뢰 및 협력증진’을 꾀해 온 협의체다.

▼'한미일중러+북' 회담 가능성▼

이제까지 이 회의에는 동북아 6개국 중 유독 북한이 불참해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5개국 대표만이 참석해 왔는데, 이번에 드디어 북한이 참가함으로써 비록 공식적인 정부간 대화는 아니지만 6개국 간의 협력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미일과 수교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북아 다자안보대화에 참여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지적해 왔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 참여한 것은 지난달 이루어진 북-일정상회담을 바탕으로 한 대일수교는 물론 대미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와 의지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이 처음으로 동북아 협력대화에 참여함에 따라 이번 회의의 주요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에 대한 전망과 동북아 6자회담의 가능성, 두 가지에 모아졌다.

우선 북한의 앞날에 대한 전망의 경우, 다른 나라 참석자들은 북한개혁 성공 여부의 판단은 시기적으로 아직 이르다는 점에서 명확한 평가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북한의 조치 그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환영과 지지의 뜻을 나타냈다. 북한의 변화와 개혁이 곧 동북아의 안정과 직결되고 있음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심에 대해 북한 대표는 자신들의 조치가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이므로 비판적 시각을 갖기보다는 성공할 수 있도록 북돋워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북한 대표는 일련의 개방조치와 관련, 북한이 변화를 위해 ‘어떤 일들을 추진하고 있음(doing something)’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동북아 6자회담의 경우 9월 발표된 북-일정상회담 선언에서도 양측이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 상호 협력해 나갈 것을 확인한다”고 밝힘에 따라 더욱 관심을 끌었다. 물론 6자회담이 북한과 일본의 주도와 협력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6자회담의 주요 의제는 바로 동북아 지역 안정과 관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회담의 성사는 오히려 지역 강대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의 전폭적인 협력과 지지를 필요로 한다.

그동안 중국은 동북아지역에서 민간 차원의 다자안보대화는 찬성하나 이것이 정부간 수준의 대화로 발전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의 패권 확장을 우려해 반대입장을 표명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동북아 6자회담 같은 협의체 구성으로 국내문제에만 전념할 수 있는 외부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또한 미국도 다자안보대화가 기존의 양자동맹관계와 보완적 차원에서 지역안정에 공헌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동북아 협력 외교 강화할때▼

이러한 주요 강대국의 입장과 북-일선언 등의 내용을 감안해 볼 때 동북아 6자회담의 실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도 각국 대표들은 정부 차원의 동북아 다자안보대화, 즉 6자회담의 실현에 모두 찬성과 지지를 나타냈다. 특히 북한대표는 자신들의 참여가 이번이 처음이지만 결코 마지막이 되지는 않을 것임을 밝혀 6자회담의 기초가 될 수 있는 동북아 협력대화에 지속적으로 참가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최근 북한이 취하고 있는 여러 가지 개방조치들에 따른 지역안보환경의 변화, 특히 동북아 협력대화에의 참여에 따른 6자회담 개최 가능성의 증대는 우리에게 적잖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우리도 이미 1994년부터 동북아 다자안보대화를 제의하는 등 지역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온 만큼 이러한 흐름에 뒤지지 않도록 4강을 포함한 다자외교를 강화할 때가 왔다.

이서항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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