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국감]한철용소장 "이런 軍조직에 충성 못하겠다"

  • 입력 2002년 10월 4일 18시 40분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이 서해교전 당시 김동신 국방부장관이 북한군의 '이상징후'에 관한 첩보보고를 묵살한 배경을 따지고 있다. - 연합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이 서해교전 당시 김동신 국방부장관이 북한군의 '이상징후'에 관한 첩보보고를 묵살한 배경을 따지고 있다. - 연합
4일 국방부 국정감사장에서 현직 소장인 정보부대장이 6·29 서해교전 직전 북한군의 첩보를 군 수뇌부가 묵살했다고 주장, 군 안팎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사태는 한나라당 박세환(朴世煥) 의원의 질의에서 시작됐다. 박 의원은 “교전 2주 전쯤인 6월13일 5679부대(대북통신감청부대)가 북한경비정의 도발가능성을 경고하는 ‘부대의견’을 상부에 보고했으나 당시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이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북한의 북방한계선(NLL)침범이 △북 해군의 전투검열 판정과 관련됐다 △한국 내 긴장고조를 의도한 것이다 △우리 해군의 작전탐지일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 중 둘째 셋째 항목이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대의견’을 당시 김 장관에게 보고한 정형진(丁亨鎭) 합참정보융합처장은 “그런 내용을 김 장관에게 보고했지만 장관이 삭제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바로 뒤 참고인으로 출석한 5679부대장인 한철용(韓哲鏞) 소장은 박 의원이 “(5679부대의 상급부대인) 국방정보본부와 5679부대간에 이견이 있었는가”라고 묻자 “사실이다. 180도 틀렸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한 소장은 이어 “(교전사태와 관련) 기무사가 5679부대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했는가”라는 질문에 “기무사가 SI(특수정보) 기관을 조사한 것은 창설 46년 만에 처음”이라며 “내 느낌은 다분히 표적수사였다”고 주장했다.

기무사는 7월 초 김 전 장관의 지시로 5679부대와 국방정보본부, 해군 등을 상대로 교전관련 조사를 벌였으며, 국방부는 7월10일 정보본부장, 5679부대장, 해군작전사령관 등에 대해 징계(경고 또는 보직해임)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한 소장은 전역지원서를 내며 반발했고 7월11일 김 장관이 교체됨에 따라 징계는 흐지부지됐다.

한 소장은 “장관이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이런 지휘부에 충성하느니 차라리 전역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또 다른 ‘음모론’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당시 조사과정에서 군 수뇌부가 보고내용 삭제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한 소장을 예편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준(李俊) 국방장관은 “당시 보고내용 중 북의 도발을 결정적으로 암시하는 대목은 없었다”며 “김 전 장관이 정보보고를 묵살한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도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보고내용에 대해 확실히 재정리하라고 지시했을 뿐 보고항목을 삭제토록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한 소장은 정보통으로 2000년 10월 5679부대장으로 부임했으며 이달 말 전역한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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