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 총리지명자 청문회]차용증서 곳곳 누락…허점 투성이

  • 입력 2002년 8월 27일 18시 29분


국회 인사청문회 오후 회의 시작 직전 장대환 총리지명자(왼쪽)가 민주당 정균환 총무(가운데)와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의 대화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 서영수기자
국회 인사청문회 오후 회의 시작 직전 장대환 총리지명자(왼쪽)가 민주당 정균환 총무(가운데)와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의 대화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 서영수기자
▼임원 대여금▼

장대환(張大煥) 국무총리지명자는 26, 27일 인사청문회를 통해 2000∼2001년 매일경제에서 빌렸던 임원대여금 23억9000만원에 대한 이자 납부문제를 해명했으나 오히려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문서로만 사후조치 의혹〓장 지명자는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3월 우리은행에서 23억9000만원을 빌려 매경의 임원대여금을 갚을 때까지 이자를 회사에 직접 지불하지는 않았지만 채무로 계상해 놓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매경이 27일 특위 위원들에게 제출한 장 지명자의 이자차용증서는 2001년 12월31일 작성됐고 이자율도 ‘국세청 고시율’이라고만 기록돼 있다. 통상 돈을 빌려줄 때 곧바로 작성하는 차용증에는 원금액수와 함께 이자율, 상환시기 등을 기록하는 게 상식이지만 장 지명자의 차용증에는 기본 요소들이 대부분 빠져 있었다. 더 이상한 것은 장 지명자의 원금차용증서가 이자차용증서보다 훨씬 늦은 2002년 3월7일에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엄호성(嚴虎聲) 의원 등은 “지난해 언론사 세무조사에서 문제가 되자 뒤늦게 차용증을 작성, 서류로만 근거를 갖춰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사안으로 다른 언론사 사주들이 구속됐기 때문에 사후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었다.

▽받지 않은 이자를 수익으로 처리〓매경은 장 지명자의 이자 채무를 수익으로 계상해 법인세를 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인세법 과세통칙에는 ‘특수관계자와의 자금거래에서 발생한 이자상당액이 해당연도 종료일로부터 1년이 되는 날까지 회수되지 않았을 경우 상여금을 지급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돼 있다.

엄 의원은 “장 지명자는 체납이자액만큼을 상여금으로 받은 것으로 보고 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이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탈세를 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회사가 장 지명자의 개인이자를 대신 갚아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자를 갚을 생각이 있었는지 의문〓장 지명자는 올 3월 7일 은행대출금으로 임원대여금을 갚았지만 원금만 갚고 이자는 갚지 않았다. 왜 원금만 갚고 이자는 갚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청문회에서도 풀리지 않았다. 이자 채무에 대한 국세청의 법정이율이 일반예금 이율보다 훨씬 높은 데다 장 지명자는 이자를 갚고도 남을 만큼의 충분한 개인예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3월 이후 은행에는 매월 2300여만원의 이자를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어 그 같은 의혹을 더욱 부풀리고 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정권 유착▼

장대환 총리지명자가 지난해 매일경제 사장시절 언론사 세무조사 후 현 정권과의 뒷거래를 통해 추징금을 감면받고 고발을 면했다는 의혹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백딜(back deal)’ 의혹을 제기했지만 장 총리지명자는 전면 부인했고, 민주당 의원들도 반발했다.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의원은 “매일경제의 탈루 탈세 총액이 130억∼140억원인데, 실제로는 30억원 정도밖에 납부하지 않았다. 차액 100여억원은 정부가 봐준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장 총리지명자는 “국세기본법에 따라 액수는 밝힐 수 없지만, 뒷거래는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에 안 의원은 “그러면 일부 언론사가 공개한 것처럼 추징액과 납부액을 정확히 밝히라”고 수차례 요구했으나, 장 총리지명자는 “회사마다 사정과 소신이 있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맞섰다.

안 의원은 “여의도 금융가 정보지에 따르면 장 총리지명자가 엄청난 세무 추징액이 겁나서 박지원(朴智元·당시 정책기획수석비서관)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고 한다”며 “뒷거래를 하고 정부시책에 협조한 공로로 총리후보가 된 것은 역사의 비극이다”고 몰아붙였다.

장 총리지명자는 “그 건으로 (대통령을) 만난 적은 없다. 박 실장과 개인적 친분이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도 “언론사 세무조사때 대주주들이 회사 가지급금과 관련해 횡령 배임 등의 사유로 고발됐다”며 “장 총리지명자도 당연히 고발됐어야 했는데, 박지원 실장에게 부탁하고 이 정권에 충성맹세를 해서 고발을 면한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근거없이 일방적인 말을 해서 기정사실화하는 것 아니냐”(설훈·薛勳), “답변 기회를 주라”(정세균·丁世均)고 항의하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거액 대출▼

27일 인사청문회 증인 심문에서는 장대환(張大煥) 국무총리지명자와 부인 정현희(鄭賢姬)씨가 매일경제 회사 예금과 개인 부동산을 담보로 38억9000만원의 개인 대출을 받은 것과 관련, 경영인으로서의 모럴해저드와 특혜대출 여부가 쟁점이 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특혜 의혹을 집중 추궁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장 총리지명자의 해명을 수용하는 듯한 태도로 증인심문을 해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한나라당 이원형(李源炯) 의원은 “정현희씨가 우리은행(옛 한빛은행)에서 15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심사 서류가 두 번이나 반송된 것은 대출조건이 안 되는데도 매경 대표이사 부인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준 것 아니냐”고 따졌다. 민주당 함승희(咸承熙) 의원도 “두 달만 연체해도 이자가 1500만원이나 되는 거액대출을 한 우리은행이 왜 다른 은행보다 대출조건을 유리하게 했느냐”고 추궁했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38억9000만원이라는 거액을 어떻게 부부에게 대출을 할 수 있느냐. 부부 합쳐 이자만 월 2400만∼2500만원이나 나가는데 이자는 어디서 빠져나가느냐”고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홍 의원은 또 “장 총리지명자가 회사에서 빌린 임원대여금(가지급금) 이자를 낸 적이 없다”며 회사측 관계자들을 추궁하기도 했다.

매일경제가 윤전기 도입을 위해 우리은행으로부터 중소기업 우선 지원금인 200억원을 빌려 쓴 것도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안경률(安炅律) 의원은 “제조업에 지원하라고 한 자금을 신문사에 빌려준 것은 중기 우선지원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했고, 같은 당 안택수(安澤秀) 의원도 “중소기업 지원자금을 신문사에 빌려준 우리은행측이 엉터리 증언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민련 송광호(宋光浩) 의원도 “제조업체에 지원하라는 돈을 왜 언론사에 줬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증인으로 출석한 우리은행 김영석(金永錫) 부행장은 “30대 그룹에 속하지 않으면 이 자금을 빌려줄 수 있다. 적법한 대출이다”고 답변했고, 민종구(閔鍾九) 부행장은 “장총리지명자 부부에 대한 대출과정에서 청탁이나 압력은 없었으며 보편적인 대출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