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경계선 문제 왜 꺼냈나]北 ‘서해도발’ 책임회피용

  • 입력 2002년 8월 2일 19시 12분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북방한계선(NLL)을 대체할 새로운 경계선 획정 문제를 거론하면서 ‘북-미간 정전협정에 기초한 해결’을 들고 나온 것은 제7차 남북장관급회담을 겨냥한 사전정지작업의 성격이 짙다.

북한이 브루나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미국과 대화재개에 합의한 시점에서 이런 주장을 했기 때문에 북-미회담에 대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그보다는 ‘소리는 미국쪽을 향해 지르고 실제로는 남측을 치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전술에 가깝다는 분석이 많다.

즉, 남한 당국이 2일부터 시작된 금강산 실무대표접촉과 이어 열릴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서해교전의 책임을 추궁하고 NLL 준수를 요구하더라도 ‘NLL은 남북간의 문제가 아니라 북-미간의 문제’라는 식으로 논의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지뢰’를 깔아놓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조평통은 특히 NLL의 합법성을 부정하고 미국과의 합의를 강조하면서 정전협정의 존재를 자주 언급했다. 정전협정 당사자 중 하나인 북한과 아무런 합의 없이 그어놓은 NLL은 경계선으로 볼 수 없으며 또한 남한은 정전협정 당사자가 아니므로 북-미간의 의제라는 것이다.

북한측이 ‘정전협정’을 근거로 들고 나오는 것은 정전협정대표가 미군장성에서 한국장성으로 바꾼 뒤 협상테이블에 나오지 않던 북한측의 태도와도 모순된다.

이종석(李鍾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런 점을 지적하며 “외무성이 아닌 대남 담당인 조평통에서 이러한 주장을 제기한 것은 2일부터 시작되는 금강산 실무대표접촉이나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서해교전 및 NLL 문제를 가급적 거론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사표시이지 NLL을 대신할 새로운 경계선을 정하기 위한 문제제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