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정권 청와대인사가 본 'DJ정부 친인척 관리'

  • 입력 2002년 7월 17일 18시 56분


“김대중 정권의 친인척 관리 시스템은 총체적 마비상태이다.”

과거 정권에서 대통령들의 친인척 관리를 지켜본 인사들은 김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 방식을 이렇게 진단했다.

전두환 노태우 정부 때 대통령 민정·사정수석비서관을 지낸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우선 친인척 비리 전담 사정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그는 17일 “고 박정희 대통령은 당시 치안본부 특수수사대가 시중에 나도는 대통령 친인척 문제를 보고하면 해당 인사에게 직접 ‘경고친서’를 보내 친인척 비리를 봉쇄했다”며 “이 정부에서도 초기엔 친인척 관련 비리 소문이 나돌면 경찰 사직동팀이 나서 조사를 했으나, 허위보고 등으로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오히려 비리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권부 내 언로(言路) 문제도 제기됐다. 김영삼 정부 시절 차남 현철(賢哲)씨의 국정농단이 몇 년간 YS의 눈을 가렸지만, 이 문제를 거론하는 언로까지 막혔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YS 집권 초 최형우(崔炯佑) 전 의원과 김덕룡(金德龍) 의원 등 민주계 중진들이 현철씨 대책을 건의했고, 중후반에는 김윤환(金潤煥) 당시 신한국당대표 등도 사안의 심각성을 거론했다고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들은 현철씨의 집중 견제를 받는 등 정치적 시련을 겪기도 했다.

YS 정부 시절 대통령총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유도재(劉度在)씨는 “그런 언로들이 끊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YS는 현철씨의 국정개입을 확인한 다음 당시 검찰총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속 지시를 내린 것이다”라며 “그러나 지금 정부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이 아닌 ‘정(情)’을 중심으로 뭉친 현 권력층의 도덕적 해이도 도마에 올랐다.

노태우 정부 시절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노 대통령 때 청와대 근무자들이 100% 청렴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정에 얽매여 ‘형님 아우’하며 지내진 않았다. 나만 해도 대통령의 처조카인 박철언(朴哲彦) 전 의원과 숱하게 싸웠다”고 전했다.

친인척 관리의 요체는 시스템이 아닌 대통령의 의지라는 의견도 나왔다. YS 시절 대통령부속실에 근무한 한나라당 정병국(鄭柄國) 의원은 “그때도 총무수석실 산하에 ‘친인척 관리팀’을 운영했다”며 “그러나 이런저런 제도보다는 친인척 비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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