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출신 의장 국회 변화예고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49분


‘야당 출신 국회의장’인 박관용(朴寬用) 의장이 국회의 위상 강화와 의장권한 확대를 주장하고 나서 국회 운영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박 의장은 의장권한 강화를 위해 역대 국회의장들이 거의 행사하지 않았던 본회의 의안직권 상정 등 운영상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정부 예산안 제출 때 시정연설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출석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박 의장의 태도는 무엇보다 국회와 정부의 관계가 크게 달라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의회에 힘이 실리면 자연히 정부 각 부처에 대한 국회의 입김이 세져 국회가 요구하는 자료 등에 대해서도 정부 측의 성의 있는 대응이 불가피해짐으로써 ‘행정 투명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게 국회사무처 관계자들의 기대이다.

국회 내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간의 역학관계도 이전과는 달라질 전망이다. 국회의장은 실제로 각종 의안의 본회의 직권 상정 권한을 비롯해 원내총무간 협상 등을 통해 의사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직권으로 의사일정을 결정할 수 있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으로서는 자기 당 출신인 박 의장을 통해 국회에서의 주도권을 더욱 확실히 장악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민주당은 운영위원장직을 확보함으로써 국회의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확보했지만 각 정파의 이해가 엇갈리는 중요 의안의 경우 합의가 불발되면 의장의 직권이 위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회의 전반적인 운영에 관한 한나라당의 책임이 커진 만큼 부담도 늘어난 측면이 있다. 지금처럼 모든 책임을 정부-여당에 떠넘긴 채 공세만 벌일 수 없게 된 만큼 ‘다수의 횡포’로 치닫지는 못할 것이란 얘기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가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원내 제1당이 의장을 맡게 된 만큼 무차별한 정치공세는 자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각 정파는 이제 타협과 조정이란 의회주의 정신의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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