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은 시한폭탄…北 인정안해 언제든 충돌 가능성

  • 입력 2002년 6월 30일 19시 25분


30일 북한 군 당국이 유엔사측에 북방한계선(NLL·Northern Limit Line) 포기를 요구하는 전화통지문을 보냄으로써 서해교전의 궁극적인 목적 중 하나가 ‘NLL 무력화’에 있음을 내비쳤다.

NLL은 종전 직후인 1953년 8월 유엔군 사령부가 함정과 항공기 활동의 북방 한계를 설정하기 위해 북한과 협의 없이 그은 해상분계선이다. 서쪽으로 42.5마일(약 80㎞), 동쪽으로 218마일(약 400㎞)까지 뻗어 있다.

따라서 이 선은 휴전 규정에 없으며 국제법상 영해를 규정하는 경계선으로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NLL로 인해 언제든지 남북 분쟁이 재연될 수 있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NLL의 무효를 주장하며 우리의 서해 5도까지 포함되는 국제법상 12해리선을 내세워 계속 남한의 해군 구축함이 자국 영해를 침범했다고 주장해왔다.

북한은 특히 73년 12월부터 서해 5도를 북측 수역에 일방적으로 포함시킨 영해법을 선포하면서 본격적으로 NLL을 문제삼고 나왔고, 이후 북한은 수시로 NLL 침범을 시도했다.

99년 연평해전 이후에도 북한은 “서해 NLL은 무효”라며 우리 선박이 서해 5도로 가려면 지정된 2개 수로만을 이용하라는 요지의 ‘서해 5도 통항질서’를 선포하기도 했다.

군 당국은 이에 대해 북한이 그동안 겉과 달리 암묵적으로 NLL의 실체를 인정해왔고, 92년 체결된 남북합의서에도 쌍방이 관할하는 지역을 인정한다고 돼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유엔군 사령부가 일방적으로 설정한 NLL은 정전협정의 일부가 아닌만큼 북한 측에 이를 지속적으로 고집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특히 NLL은 동해의 경우 저진항 기점으로 218마일까지 그어져 국제법상 12해리 영해를 벗어난 공해까지 포함해 이 넓은 해역을 지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데다 여기서 무력행사를 할 경우 국제법상 분쟁을 낳을 소지도 있다는 것. 따라서 냉전 절정기에 그어진 NLL에 대한 재검토와 작전 예규를 변경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북한 상선들이 잇달아 NLL을 넘었을 때도 ‘침범’으로 볼 것인지, ‘통과’로 규정할 것인가를 놓고 군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다.

군 관계자는 “비록 NLL이 일방적으로 설정됐지만 수십년간 국제법적 객관성을 갖고 해상경계선으로 역할을 해왔다”며 ”이제 와서 작전 예규 등을 수정하는 것은 영해 수호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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