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역사연구委 "마냥 미룰수는 없고…'왜곡' 시정엔 한계"

  • 입력 2002년 3월 4일 18시 43분


5일 출범하는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에 대한 정부의 반응이 흡족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당초 정부가 한일 공동의 역사 연구기구 출범 문제를 제기한 것은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 역사교과서의 개정을 염두에 둔 것이었으나, 이 기구가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을 바로잡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기구 출범 합의서를 놓고 보면 우리보다는 일본측의 주장이 더 많이 반영된 것처럼 비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동연구위원회는 양국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학문적 검토를 통해 인식차를 좁히는 역할만을 할 뿐 논란이 되고 있는 왜곡 교과서 문제에는 직접 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동기구 출범에 합의한 것은 눈앞에 다가온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 등 양국의 현실적인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누누이 강조하고 있듯이, 정부는 월드컵을 국운을 좌우할 중요행사로 간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월드컵의 성공을 위해서도 한일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기도 하다. 정부 관계자들도 “월드컵 등을 고려할 때 역사 공동 연구기구의 출범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공동 연구기구와 관련한 대일 협상이 우리측의 입장에서 미흡한 결과로 끝난 데는 실무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정부가 민간 교과서 개정을 강제하지 못하게 돼 있는 일본 교과서 검정제도는 실무 협상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였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객관적 증거 축적이 취약한 상태에서 우리가 일본학자들을 쉽게 설득할 수 있다고 낙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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