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젠 조풍언 게이트”

  • 입력 2002년 3월 3일 18시 15분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왼쪽에서 두번째)과 김무성 총재비서실장(세번째)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왼쪽에서 두번째)과 김무성 총재비서실장(세번째)
한나라당이 3일 재미교포 무기거래상 조풍언(曺豊彦)씨의 비리 의혹을 또 다시 집중 제기하면서 현 정권과의 유착 여부를 문제삼고 나섰다.

조씨는 전남 목포 출신으로 85년 미국으로 건너가 호텔업과 무기중개업을 해왔으며, 젊은 시절부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한나라당의 ‘집요한 공격 표적’이 돼온 인물.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날 제기한 6가지 의혹들 중 새로운 사실은 하나도 없다. 그동안 국회 대정부질문이나 국정감사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이슈화됐던 문제들로, 이 가운데는 2000년 총선 직전 헐값 매입 의혹을 제기했다가 한나라당 스스로 사실상 잘못을 시인했던 ‘아도니스 골프장 매입 시도’ 건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조씨가 △지난해 3월 외국계 투자회사를 내세워 삼일빌딩을 502억원에 매입했다는 것과 △대주주인 D사를 통해 강원랜드 메인카지노 운영시스템 사업자 선정 로비를 벌였다는 것 등 홍준표(洪準杓) 의원 등이 제기한 의혹은 한나라당이 지금도 당 차원에서 계속 추적작업을 벌이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이미 정부당국이 경위를 밝힌 문제들을 삼탕사탕하고 있어 일일이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반박했다.

윤호중(尹昊重)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지난해 정기국회 국정감사 대정부질문, 올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에 이어 삼탕사탕째 고장난 축음기를 틀 듯,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미 해명이 끝난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박근혜(朴槿惠) 의원의 탈당으로 흐트러진 당심을 붙들어 세우기 위해 터무니없는 의혹 부풀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조풍언 때리기’는 점점 공세의 수위를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최근 “조씨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자료를 모으고 있으며, 곧 전방위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이 이날 조씨와 김 대통령의 ‘특수관계’에 대해 자세한 브리핑을 하고 나선 것도 향후 공세의 방향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남 대변인은 “김 대통령은 젊은 시절 조씨 부친이 운영하는 선박회사에서 근무했고, 조씨 부친이 지역 청년단장일 때 부단장으로 있었다”며 “99년 김 대통령의 일산 자택도 조씨에게 6억여원에 매각하는 등 절친한 사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조씨가 김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金弘一) 의원과도 가까운 사이이고, 3남인 홍걸(弘傑)씨 역시 미국 유학 중 조씨 집에 거주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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