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 재입북 체포…38년刑 선고받아

  • 입력 2002년 2월 13일 18시 15분


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 그리고 다시 북한에서 남한으로 돌아온 유태준씨(34)의 행적은 마치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을 연상시킬 정도다.

함경남도 함흥에서 석탄판매소 판매지도원으로 일하던 유씨는 98년 11월 세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탈북, 그 해 11월 남한에 들어와 대구에 정착했다. 2000년 2월에는 자신보다 먼저 탈북했지만 그때까지도 중국을 떠돌던 어머니 안정숙씨(60)와 남동생이 귀순에 성공해 서울에서 새 살림을 꾸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유씨는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가 한창이던 2000년 6월 북한에 남아 있는 아내를 데려오기 위해 함경북도 무산으로 다시 들어갔다가 소식이 두절됐다. 그가 10개월간이나 소식이 끊기자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공개처형설’까지 나돌았다.

그러자 북한 언론은 작년 6월 공개처형설을 반박하기 위해서 ‘남한 정보원에 속아 남쪽으로 끌려갔던 유씨가 고심 끝에 3국으로 빠져나온 기회에 조국의 품에 다시 안겼다’고 공개했고, 유씨도 평양방송에 나와 같은 주장을 하기도 했다.

북한에서 38년형을 선고받은 유씨는 작년 11월 10일 다시 국가안전보위부 감옥을 탈출, 20일 만에 압록강을 건넜고 중국 옌지(延吉)에서 체포된 뒤 서울로 강제추방됨으로써 20개월간의 악몽을 끝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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