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사업 F15K로 기우나

  • 입력 2002년 2월 9일 14시 34분


"아무래도 F15K로 가는 것 같더라"

국회 국방위 소속의 한 의원은 9일 김동신(金東信) 국방부장관의 국방위 비공개 업무보고(8일)를 들은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김 장관이 4조2000억원 규모의 차세대전투기(FX)사업 기종 선정 작업을 재개하겠다고 보고하면서 여러 선정 기준 등을 제시했는데, 이를 듣고 보니 전반적으로 미국의 F15K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얘기였다.

그는 "김 장관은 '객관적 평가를 하겠다'고 말했으나, 여러 기준을 다 충족하려면 F-15가 다른 3개 경쟁사 기종 보다 유리한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이 보고에서 그동안 대금 지급 방식을 놓고 업체측과 의견이 갈려 중단됐던 차기 유도무기사업(SAMX)을 FX사업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차세대전투기로 F15K가 선정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SAMX사업은 곧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구입하는 것이나 제조사가 미국 업체 한 곳 뿐이어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굳이 이런 방침을 정한 것은 미국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었다.

한 의원은 "한국 공군의 경우 미군과의 운영 체계 연계성이 높아 국방부가 보고한 대로 2단계 심사에서 '정책적 고려'를 할 경우 미국이 단연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솔직히 미 공군의 정보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우리 공군은 까막눈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적지 않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대북강경발언이 F15K 구매 압박으로 비쳐지면서 반발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8일 국방위에서 민주당 김성순(金聖順) 의원은 "FX 사업을 특정국가의 압력에 밀려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의 자주성과 자존심을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고, 한나라당 강창성(姜昌成) 의원은 "F15K는 단종 직전의 사양 기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국방부측은 "FX 사업은 범국가적인 대형 사업인 만큼 어떤 경우에도 한 점 의혹 없이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송인수 성동기기자>i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