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장관급회담 문제점]끌려다니는 회담 빈손으로 돌아오나

  • 입력 2001년 11월 13일 18시 33분


심각 - 홍순영 통일부장관(가운데)과 김진표 재경부차관(왼쪽),윤형규 문광부차관
심각 - 홍순영 통일부장관(가운데)과 김진표 재경부차관(왼쪽),윤형규 문광부차관
금강산에서 열린 6차 남북장관급회담은 남북이 예정된 일정을 하루 늦춰 13일 심야까지 협의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쟁점에 대한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합의 도출에 실패할 경우 이번 회담은 결과적으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럴 경우 남북관계가 당분간 소강상태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이 악화될 경우엔 정부도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시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에서 소강상태의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담 결렬 배경〓양측이 이견을 보인 사안은 공동보도문 작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부각된 2차 경협추진위원회의 개최 장소 문제. 당초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공동보도문 내용에 논란을 빚어온 비상경계태세 문제와 관련해 중립적인 남측의 입장을 설명하는 내용을 넣기로 하는 것을 조건으로 5차 장관급회담 합의사항 이행에 사실상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에서 12월10일부터 두 차례 실시하고 △2차 경협추진위원회는 12월 중에 개최하되 장소는 추후에 협의하며 △7차 장관급회담을 12월 중 서울에서 실시하되 정확한 일자는 추후 협의키로 한다는 데 잠정합의하고 실무접촉을 통해 문안 조정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북한측이 또다시 2차 경협추진위원회 개최 장소로 금강산을 다시 제기하고, 남측도 서울 개최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는 등 평행선을 달렸다. 회담 관계자는 “우리가 A를 제시하면 북은 다시 B를 내놓고, 우리는 다시 C를 내놓는 식으로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표단 귀환 연기 경위〓이날 회담 마무리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남측 대표단은 당초 오후 2시반에 출발할 예정이던 ‘설봉호’ 출발시간을 오후 4시15분까지 늦춘 뒤 협상을 지속했다.

이 과정에서 남측 대표단은 설봉호를 먼저 출발시키기로 했다가 막판에 다시 배를 붙잡아 놓기로 번복하는 등 갈피를 잡지 못했다.

남측 홍순영(洪淳瑛) 수석대표는 북측의 완강한 태도에 지친 듯 설봉호가 출발하기 직전 남측 연락관에게 “나는 서울로 돌아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4시가 넘어서면서 설봉호 승객들이 출발 지연에 항의하자 결국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대표단은 일단 배를 먼저 출발시키기로 결정했다.

이후 배수진을 치고 협상에 임한 남측은 회담에 별 진전이 없자 이날 밤 10시40분 수석대표 접촉을 통해 남측 입장의 마지노선을 북측에 제시한 뒤 북측의 수용 여부를 기다리면서 회담 정리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김영식기자·금강산〓공동취재단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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