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야 '유연한 정치' 논란]"원칙 버렸나" "전술적 대응"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8시 53분


느긋한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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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재·보선을 거치면서 한나라당 지도부가 기존 입장과 다른 유연한 방향으로 선회하는 당론을 잇따라 내놓자 당내 강경파와 개혁파를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 나오는 등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같은 당 지도부의 노선 변화가 자칫 원칙을 버리고 지나치게 득실을 따진다는 부정적 인식의 불씨를 제공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 같은 조치가 재·보선 패배 후 무력해진 민주당을 지나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전술적’ 대응일 뿐이지 결코 원칙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과반수에 1석 모자라는 거대 야당이 된 만큼 국정운영의 책임이 막중해진 데다 민주당의 내분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이런 정세에 맞춰 정국을 정상화하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재·보선 직전까지만 해도 치열했던 비리 의혹 공세의 깃발이 내려진 데다 당 지도부가 ‘이용호 게이트’의 국정조사 방침까지 사실상 철회한 것.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국민적 의혹에 대해 끝까지 따져 진실을 밝히는 것이 국민을 상대로 한 진정한 정치”라며 “선거를 전후해 달라진 당의 입장에 대해서는 납득할만한 설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우리는 여전히 많은 실탄을 갖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을 뿐”이라며 “시기를 두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 지도부가 서둘러 추경안처리 시한까지 합의해준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선심성’ 예산이라고 비판했던 사회복지예산 삭감에 대해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신중을 기해달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결위원인 이한구(李漢久) 의원 등은 “정부의 선심성 예산을 따지고 막는 게 민생정치이지 정부의 일을 무조건 뒷바라지하는 게 민생을 살피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또 재·보선 직후인 28일 이 총재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선거에 악용된다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하자 당내 개혁파 의원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부영(李富榮) 부총재는 29일 총재단회의에서 “이 총재가 5월 호주 외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한국방문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당의 대북기조가 바뀐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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