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조기전당대회론 다시 급부상…"난국타개 새 구심점 필요"

입력 2001-10-04 18:58수정 2009-09-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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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정대철 최고위원 당무복귀
여권 내에 ‘대선후보 조기 가시화론(조기 전당대회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4일 “대선후보 조기 가시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밝히고 “내년 2, 3월경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일부 대선 예비주자들 진영에서만 제기돼 왔던 ‘조기 가시화론’이 이제는 여권 핵심인사들에 의해서도 거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치 상황의 변화와 함께 여권 핵심부의 인식도 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

여권 핵심부가 그동안 이 문제를 금기시해 온 것은 무엇보다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정 쇄신파문’과 ‘이용호 게이트’ 등을 겪으면서 이들은 김 대통령과 차기 대선후보의 관계가 ‘견제’가 아닌 ‘보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지금처럼 허약한 여권 체질로는 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의 확산이다. 둘째, 일반적인 경우라면 차기 대선후보의 등장으로 레임덕이 가속화될 개연성이 크지만 여권이 총체적인 난조에 휩싸인 상황에서는 새로운 구심점의 형성이 레임덕을 억지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과 차기 대선후보 간의 이른바 상생론(相生論)이다. 셋째, 차기 대선후보가 누가 되더라도 호남지역에 관한 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 대통령의 조력을 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조기 전당대회론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단계는 아직 아니다. 우선 대선 예비 주자들의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 진영은 가장 긍정적이지만 다른 주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공론화는 꺼리고 있다. 김중권(金重權) 최고위원도 조기 전당대회론에 동조하고 있으나 한화갑(韓和甲) 김근태(金槿泰)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 등은 내년 7, 8월경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은 “정치상황을 감안해 지방선거 전이냐 후이냐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내 최대 세력인 동교동계도 아직 이 문제에 대해선 입장 정리가 안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 핵심부가 조기 전당대회론을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요한 변화라는 것이 보편적인 시각이다. 전당대회 시기는 김 대통령의 뜻과 향후 정치상황, 대선예비주자들 간의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되겠지만 일단 공론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철·윤영찬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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