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레임덕 정치]대처리즘-레이거노믹스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5시 26분


흔히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미스즈 티나’(Mrs.tina)란 다른 별명도 있다. ‘티나’는 ‘There is no alternative’(대안이 없다)의 첫 글자를 딴 것. 대처가 항상 “영국이 회생하려면 기존 체제를 철저히 부정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고 역설한 것에서 연유했다.

대처 총리가 취임했던 1979년의 영국은 ‘가망 없는 나라’였다. 수많은 공기업과 비대해진 노조, 재정악화, 과잉 행정규제 등의 비효율과 각 경제주체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나라 전체를 병들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처는 집권 후 석탄노조와 정면대결에 나서 6개월간의 대치를 승리로 이끌면서 개혁을 밀고 나갔다. 만성적인 파업과 높은 실업률로 ‘영국병’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70년대 중반 IMF 구제금융까지 받았던 경제체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수술에 들어갔던 것. 대처리즘의 골자는 재정지출 삭감, 공기업 민영화, 규제 완화와 경쟁 촉진 등으로, 이는 공공부문 개혁으로 집대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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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에 시장원리를 도입하면서 정부가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행정기능은 과감히 폐지 또는 민영화하거나 민간에 위탁경영시켰다. 그 결과 공무원 직급은 7개로 단순화되었고, 79년 78만명에 달했던 공무원수는 현재 46만8000명으로 40%나 줄었다. 브리티시 텔레콤, 브리티시 에어 등 비능률의 상징이었던 20여개 공기업도 민영화됐다. 비대해진 노조의 권한 축소를 위해 법을 4차례나 개정했다. 90년 전력산업의 경쟁체제 도입 후 10년간 전기요금이 16.4% 하락했지만 수익성은 개선됐다. 한결같이 국민으로부터 욕만 먹는 비인기 정책이었지만, 그 결과 영국은 3년 만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시장 자유의 극대화와 국가 간섭의 최소화를 근간으로 삼은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레이거노믹스) 역시 오늘날 미국의 10년 호황을 이끈 정책 기조였다는 데 많은 학자들이 동의한다. 경제 회복은 클린턴이 워싱턴에 오기 10여년 전인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으며, 번영의 토대는 레이건 대통령의 ‘공급위주 경제학’이었다는 것. 레이거노믹스는 세금 감면, 강한 달러, 글로벌 무역, 규제완화 등이 골자로, 기업가적 기술혁신을 일으키고 경제를 일으킨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같은 신자유주의는 결과적으로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하고, 소외계층을 확대하며 인간을 황폐화했다는 비판적 견해에 따라 최근 유럽에서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제3의 길’이 널리 모색되고 있다.

<조용준 주간동아기자>abrax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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