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 방북 찬반론]"클린턴 무리한 모험"

  • 입력 2000년 10월 23일 00시 58분


23일부터 시작되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에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아일보의 한기흥(韓起興) 워싱턴특파원을 비롯해 한국 미국 등의 13개 주요언론사 특파원들은 이미 22일 평양에 도착, 취재에 돌입했다.

▼"독재 면죄부될수도"▼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22일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문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면서 행정부와 각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방북에 대한 찬반양론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통상 1개월이 필요한 국무장관의 방문 절차가 클린턴 대통령의 퇴임전 방북을 추진하기 위해 단 10일만에 급조됐다면서 이번 방문이 자칫 독재국가인 북한에 대한 면죄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실었다. 신문은 또 미 국방부 관리들이 북한의 군사적 의도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클린턴 대통령의 무리한 방북 모험은 급속한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백악관과 국무부측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냉전의 마지막 산물인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미국이 부여받았다며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방문에서 다뤄질 최대의제는 북한의 미사일개발 계획 중단 문제이며,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는 문제와 외교관계 복원문제가 추가로 논의될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남한노력 손상시킨다"▼

○…USA투데이지는 20일 미국의 급격한 대북외교가 그동안 북한을 국제사회로 나오게 하기 위해 남한이 쏟아온 노력을 손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많은 실질적 노력에서 늑장을 부리고 있으며 많은 한국인들은 이를 미국의 급격한 외교활동 때문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이달중으로 예정됐던 경의선복원 및 경제협력 실무접촉을 연기하고 남북 이산가족상봉 북측 방문단 신원확인 시한을 넘긴 것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주춤거림이 레임덕 상태의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과) 외교교섭을 서두른 결과일지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미 관계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서방 국가들도 잇따라 북한과 수교하는 등 지금 한반도에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특히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미국 방문(9∼12일)과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은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조치로 과거 대결의 역사를 청산하고 화해의 길로 들어서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미간 관계 진전은 궁극적으로 양국관계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는 한반도의 평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결국 평화적 통일을 유도할 것이라고 신화통신은 분석했다.

▼北, 대규모 기자단에 긴장▼

○…올브라이트 장관의 평양방문을 취재하기 위한 취재단에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AP 등 미국 주요 언론사 기자들과 본보의 한기흥 워싱턴특파원 등 한국기자 6명(4개 언론사)이 포함됐는데 이는 북한 정권 수립이래 최대규모.

50여명에 이르는 외신기자들은 대부분 22일 오후 1시 고려항공편으로 중국 베이징(北京)을 출발, 평양에 도착했다.

○…22일 전세기가 도착한평양 순안공항에는 보도진 외에 다른 이용객들이 없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북한측은 건국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 기자들이 입국하는 것에 대비, 외무성과 민족화해협의회 관계자들을 대거 공항에 내보내 안내에 크게 신경을 썼다.

북한측은 이날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보도진에게 북한에 체류하는 동안 북한측의 ‘규율’을 제대로 지켜 체류기간 중 서로 불쾌한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해줄 것을 당부했다.

북한 외무성의 이주관 보도국 부국장은 보도진이 평양 시내에서 시민들을 사진촬영할 때는 통역과 안내원 등을 통해 미리 허가를 받고 안내원의 동행 없이는 호텔 밖으로 나가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종훈기자·평양〓한기흥특파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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