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부산집회 표정]"DJ 오만 아집 버려야"

  • 입력 2000년 9월 21일 19시 01분


21일 한나라당의 ‘김대중(金大中)정권 국정파탄 범국민 규탄대회’가 열린 부산역 광장은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과 선거비용 실사개입의혹, 의료대란, 경제상황 악화 등에 대한 거대한 성토장이었다.

연사들은 “대통령의 막힌 귀를 뚫어주자” “정치 9단이 아니라 정치9급” “노벨상의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김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성토 발언〓이회창(李會昌)총재는 “모든 국민이 한 사람의 ‘옹고집벽’ 앞에 서 있다. 이 벽은 온 국민의 고통과 통곡에도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며 “김대통령은 오만과 아집을 버려야 하며 국회를 핫바지로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총재는 또 “서울의 호텔과 공공기관에 야당을 비난하는 삐라가 뿌려지는데, 이 정권은 북한에 항의하기는커녕 이 말이 새나가지 않도록 쉬쉬하고 있다”며 “국민은 이 정권이 정말로 김정일(金正日)을 통일대통령으로 만드는 길을 닦는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관용(朴寬用)부총재는 “사회 전체에 위험하다는 신호가 오고 있는데 김대통령은 통일대통령의 환상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이 정권은 또 국회의 동의도 받지 않고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처럼 북한에 퍼 주기 바쁘다”고 비난했다. 그는 “대학에 인공기를 건 대학생들을 사법처리한다고 했다가 북에서 안된다고 하니까 흐지부지했고, 을지연습도 북쪽에서 정상회담을 무효로 한다고 하니까 ‘쉬쉬연습’으로 바꿨다”고 힐난했다.

박희태(朴熺太)부총재는 “지금 시드니에서 올림픽이 한창인데 올림픽에서 ‘거짓말시합’이 있다면 이 정권이 금메달감”이라고 주장한 뒤 “이 정권은 민심을 듣지도 않고 국민을 보지도 않는 ‘안하고 정권’이며, 부산의 ‘아나고’는 맛이 있지만 엉터리 ‘안하고’는 맛이 고약하다”고 현 정권을 비꼬았다.

그는 “이 정권이 ‘햇볕’ ‘햇볕’해서 햇볕만 좋아한 줄 알았는데 ‘한빛’도 좋아한 줄은 이번에 알았다”며 “우리의 함성으로 대통령의 막힌 귀를 뚫어주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산 경제〓안경률(安炅律)의원은 “부산 경제는 파산 일보 직전으로 7월말 기준으로 부산의 실업률은 다른 지역의 두 배이며, 기업어음 부도율은 전국 최고, 주택보급률과 도로율도 전국 최하위”라고 주장한 뒤 “그런데 이 정권은 부산 경제를 도와주기는커녕 북한 김정일에게 온갖 것을 다 바치고 있다”고 말했다.

엄호성(嚴虎聲)의원도 “동남은행 퇴출과 삼성자동차 문제로 부산 경제가 어려움을 거듭하고 있는데 이 정권은 실정만 거듭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집회 진행 상황〓이날 집회에는 당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대거 참석했다. 집회도중에 간간이 소나기가 뿌렸으나 참석한 시민들은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특히 경제 문제와 의료대란 문제가 언급되면 “옳소”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총재 등 당직자들과 시민들은 집회가 끝난 뒤 부산진시장까지 3㎞가량 가두행진을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참석한 당원과 시민들을 합쳐서 3만명이라고 했으나 경찰은 1만5000명으로 추산했다.

<부산〓공종식·선대인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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