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뒷얘기]南, 3차회담 장소 제주도 관철

  • 입력 2000년 9월 3일 19시 02분


제2차 장관급회담은 박재규(朴在圭)남측수석대표가 일정을 하루 연기하면서까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만나 쟁점에 대해 ‘직접 OK 사인’을 받아내는 등 숨가쁘게 진행됐다. 이로 인해 회담 뒷얘기도 어느 때보다 많았다.

북측은 3차회담 장소를 당초 알려진 제주도가 아닌 금강산에서 하자고 제안했다. 한때 회담장 밖에서는 북측이 제주도를 제안한 것처럼 얘기가 됐지만 실제로는 남측이 서울 대안으로 제주도를 제시했다.

북측이 제주도를 받아들인 것은 김국방위원장의 한라산 등반 및 2차 남북정상회담 장소로서 적합한지를 파악하기 위한 사전답사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측은 또 지난달 30일 첫 회의에서 식량지원을 요청했다. 남측은 이를 차관으로 제공한다는 점에 착안해 경협 차원에 포함시켜 한 항목으로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북측은 식량지원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보장한다’ ‘실천한다’ 등의 문구를 고집했다. 남측은 식량지원 사안이 예민하다는 점에서 철저한 비밀로 해 공동보도문이 발표될 때까지도 방북취재단에게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남측은 군사직통전화 등 신뢰구축문제를 제안해 군사당국자회담을 명문화하려 했으나 북측은 이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남측은 출발 전부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시도 있었던 만큼 군사부문과 경협의 제도적 장치 마련 등 두 가지는 반드시 합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박수석대표는 김정일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이 문제를 풀었다.

특히 박수석대표는 김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남측 제안을 담은 문건을 펼쳐놓고 항목마다 조목조목 설명해 김위원장의 동의를 받아냈다는 후문. 두 사람의 면담 이후 ‘적십자회담에서 서신교환을 추진하는 등의 문제를 협의한다’는 내용을 공동보도문에 명문화.

회담 관계자는 “이 밖에 △군사당국자회담 △임진강 수해방지를 위한 공동사업 추진 △3차회담 장소(한라산) △대표단 규모를 편리한 대로 한다는 등의 문구도 면담 이후에 삽입됐다”고 설명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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