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全大]여성대의원 김유임씨 "한票 소신 지킬것"

  • 입력 2000년 8월 29일 18시 44분


민주당 경기 고양 일산갑지구당 대의원인 김유임(金有任·37·고양시 시의원)씨는 최고위원 경선을 하루 앞둔 29일에도 여러 후보들로부터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를 받았다. 후보 부인들의 전화도 있었다. 그런 전화는 대개 “우리 남편은 맡겨주면 열심히 일할 사람이에요”라는 식으로 한 표를 부탁한다. 김씨의 휴대전화는 이날 밤 12시가 넘도록 벨을 울려댔다.

김씨는 15명 후보들의 얼굴을 하나 하나 떠올려 보았다. 그들에게는 오늘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의 하나로 남을 것이다.

예전에는 전당대회 전날 밤이면 후보들이 지방에서 올라온 대의원들을 호텔에 몇십명씩 집단으로 묵게 함으로써 표 단속을 했다. 호텔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감시했고 심지어는 화장실까지 따라다녔다. 상대 후보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접근 자체를 차단했다.

이번 경선은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대의원들의 집단 합숙을 금하고 있고 이를 어기는 지구당 위원장에겐 6개월간 자격정지 조치가 내려진다. 당 선관위는 특별 단속반까지 편성해 비상대기시켜 놓았다.

김씨 역시 경선 결과에 관심이 많다. 그는 이미 지지 후보를 결정했지만 누가 1위가 되느냐에 따라 당내 역학구도와 차기 대권경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김씨의 경선 관전 포인트는 △한화갑(韓和甲)후보와 이인제(李仁濟)후보의 경쟁 결과 △정동영(鄭東泳) 김민석(金民錫) 추미애(秋美愛) 후보 등 소장파와 김근태(金槿泰)의원 등 개혁파의 성적 △영남권의 김중권(金重權) 김기재(金杞載)후보의 당락 △최하위인 15위는 누구 등등에 모아지고 있다. 김씨는 누가 되든 당과 나라 발전에 진정으로 보탬이 될 수 있고 정치적으로도 미래가 있는 사람이 최고위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386세대인 김씨는 운동권 출신이다. 이화여대 출신인 그는 졸업 후 여성민우회를 이끌었고 98년 4월 제발로 걸어가 민주당에 입당했다.

전당대회가 처음인 그는 이번 경선에 대해 “후보자와 대의원의 접촉을 원천 봉쇄해 금품선거의 시비를 없앤 것은 좋지만 후보자들의 차별성을 직접 확인할 길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평했다.

그러나 그는 전당대회란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다. TV로만 보던 쟁쟁한 사람들이 너도나도 전화를 걸어 한 표를 부탁하니 뿌듯한 마음까지 들었다.

28일에는 지구당에서 처음으로 38명의 전체 대의원 회의가 있었다. 지구당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끝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밝히지 않았다. 그는 “위원장이 지지하는 후보와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겹칠 경우 한 표를 던지겠지만 그 경우에도 그것은 엄연히 내 표”라고 말했다.

김씨는 “왠지 오늘밤은 잠을 잘 이루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순간에도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내일, 잘 부탁드립니다”는 모후보의 마지막 호소 전화였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