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장관 간담회]알맹이없는 원론…시장불안 여전

  • 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27분


《7일 경제장관 간담회는 금융시장의 최대 현안이었던 은행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입장을 ‘공론화’하고 ‘채권시가평가제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과시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시장자율에만 맡기지도 않고 시장에 끌려다니지도 않겠다는 뜻을 천명한 셈. 시장에 떠돌았던 각종 구조조정 관련 억측들이 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대두되자 이를 묵과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날 밝힌 구조조정 방향과 원칙은 지나치게 원론적인 수준. 이에 따라 시장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 특히 이날 공적자금 투입은행에 대한 합병 가능성도 언급함에 따라 해당 은행들은 추가 감자, 인원감축 가능성을 우려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연내 구조조정 가능한가〓정부가 은행 구조조정 원칙을 밝힌 것을 뒤집어보면 ‘금융기관들이 스스로 움직이기를 기다리진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내년 대선정국이 오기 전에 연내 구조조정을 완결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작용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날 밝힌 구조조정안의 대부분은 △잠재부실 해소를 통한 클린뱅크 선언 △자기자본비율 하락대책 등에 초점이 모아졌다. 은행 구조조정과 관련해선 시장기능 중시, 금융지주회사 도입, 공적자금은행 정부주도 구조조정 등 개괄적인 원칙만 나열했을 뿐 구체적 시한 등은 정하지 않았다. 시장에선 이에 따라 ‘연내 은행 구조조정은 어렵겠다’는 비관적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전히 불투명한 공적자금 투입은행 처리〓정부 원칙에 따르면 ‘세금(공적자금)을 받아썼느냐’에 따라 은행들의 운명이 달라진다. 이중 공적자금이 대거 투입된 조흥 한빛 외환은행은 금융지주회사법을 만들어 하나의 지주회사 아래 묶거나 합병한다는 게 정부복안.

이들 은행은 그동안 정부측 관련 발언을 토대로 지주회사를 통한 ‘통합’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금감위측이 “합병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힘에 따라 “직접 합병시 대규모 구조조정을 또 해야 하나”라며 혼란스러운 분위기.

특히 외환은행측의 불안감이 크다. 외환은행 주주구성은 △독일 코메르츠방크 31.6% △수출입은행 16.3% △한국은행 15.9% 등으로 ‘코메르츠방크’라는 분명한 해외 대주주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함부로 결정할 수 없다. 금감위 관계자는 “이제부터 코메르츠방크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혀 합병대상에 외환은행이 포함돼있음을 내비쳤다.

한편 지주회사는 실체를 갖춘 법인으로 최소한의 관리인원만 둘 예정. 정부가 갖고 있는 3개 은행의 지분을 지주회사에 넘기거나 주식교환 방식으로 설립될 전망이다. 3개 은행의 부실채권은 신설되는 배드뱅크(Bad Bank) 또는 기업구조조정회사(CRV)로 넘겨 관리된다.

▽‘시가평가제 방패막이는 금융기관’〓 금감원은 이날 이달 3일 현재 증권 투신의 수탁고는 154조원이며 시가평가 대상 공사채형 펀드는 42조9000억원, 이중 신규수탁이 금지된 채 장부가 평가가 유지되고 있는 펀드는 27조원이라고 집계했다.

강병호 금감원 부원장은 장관간담회후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27조원중 23조원을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어 시가평가제가 실시돼도 문제가 없다”고 단언했다. 즉 일반법인이나 개인이 보유한 4조원 규모의 펀드가 일시에 환매요청을 받아도 ‘금융기관 환매만 자제시킨다면’ 자본시장이 붕괴될 위험은 없다는 풀이다.

<박래정·김두영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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