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구조조정 가능한가〓정부가 은행 구조조정 원칙을 밝힌 것을 뒤집어보면 ‘금융기관들이 스스로 움직이기를 기다리진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내년 대선정국이 오기 전에 연내 구조조정을 완결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작용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날 밝힌 구조조정안의 대부분은 △잠재부실 해소를 통한 클린뱅크 선언 △자기자본비율 하락대책 등에 초점이 모아졌다. 은행 구조조정과 관련해선 시장기능 중시, 금융지주회사 도입, 공적자금은행 정부주도 구조조정 등 개괄적인 원칙만 나열했을 뿐 구체적 시한 등은 정하지 않았다. 시장에선 이에 따라 ‘연내 은행 구조조정은 어렵겠다’는 비관적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전히 불투명한 공적자금 투입은행 처리〓정부 원칙에 따르면 ‘세금(공적자금)을 받아썼느냐’에 따라 은행들의 운명이 달라진다. 이중 공적자금이 대거 투입된 조흥 한빛 외환은행은 금융지주회사법을 만들어 하나의 지주회사 아래 묶거나 합병한다는 게 정부복안.
이들 은행은 그동안 정부측 관련 발언을 토대로 지주회사를 통한 ‘통합’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금감위측이 “합병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힘에 따라 “직접 합병시 대규모 구조조정을 또 해야 하나”라며 혼란스러운 분위기.
특히 외환은행측의 불안감이 크다. 외환은행 주주구성은 △독일 코메르츠방크 31.6% △수출입은행 16.3% △한국은행 15.9% 등으로 ‘코메르츠방크’라는 분명한 해외 대주주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함부로 결정할 수 없다. 금감위 관계자는 “이제부터 코메르츠방크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혀 합병대상에 외환은행이 포함돼있음을 내비쳤다.
한편 지주회사는 실체를 갖춘 법인으로 최소한의 관리인원만 둘 예정. 정부가 갖고 있는 3개 은행의 지분을 지주회사에 넘기거나 주식교환 방식으로 설립될 전망이다. 3개 은행의 부실채권은 신설되는 배드뱅크(Bad Bank) 또는 기업구조조정회사(CRV)로 넘겨 관리된다.
▽‘시가평가제 방패막이는 금융기관’〓 금감원은 이날 이달 3일 현재 증권 투신의 수탁고는 154조원이며 시가평가 대상 공사채형 펀드는 42조9000억원, 이중 신규수탁이 금지된 채 장부가 평가가 유지되고 있는 펀드는 27조원이라고 집계했다.
강병호 금감원 부원장은 장관간담회후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27조원중 23조원을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어 시가평가제가 실시돼도 문제가 없다”고 단언했다. 즉 일반법인이나 개인이 보유한 4조원 규모의 펀드가 일시에 환매요청을 받아도 ‘금융기관 환매만 자제시킨다면’ 자본시장이 붕괴될 위험은 없다는 풀이다.
<박래정·김두영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