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화제]민주당 "아파트 재개발 겁난다"

  • 입력 2000년 5월 15일 19시 48분


“지역구를 위해 열심히 재개발사업을 추진했는데 선거 때만 되면 새로 들어선 아파트 주민들은 한나라당을 찍으니….”

16대 총선이 끝난 뒤 서울 출신 민주당 의원들 중에는 ‘공’을 몰라주는 지역주민에 대해 야속함을 얘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A의원은 “이번 총선의 경우 2위와의 격차가 15대에 비해 4000표 가량 줄었다”며 “지난 4년 사이에 재개발을 통해 3만여명의 아파트 주민이 늘어난 점이 결정적 이유”라고 말했다.

A의원 지역구의 경우 대부분의 투표구에서 이겼지만 30평 이상의 아파트 지역 투표구에서는 모두 100표 안팎으로 한나라당 후보에게 졌다.

이 때문에 일부 지구당원들은 “더 이상 재개발을 추진하지 말자”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는 것.

이번 선거에서 6000여표 차이로 낙승한 B의원도 37개 투표구 중 34개에서는 승리했지만 35평 이상의 아파트가 밀집한 3곳의 투표구에서는 10표 안팎의 차로 한나라당 후보에게 뒤졌다. 낙선한 C후보는 더욱 극적이다. 43개 투표구 중 38개에서 앞섰지만 30평 이상 아파트가 밀집한 5개 투표구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투표구마다 250∼430표씩 앞서는 바람에 역전당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재개발이 이뤄지면 원주민의 80% 가량이 이사가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라며 “반면 유입된 아파트주민들의 경우 아파트 평수가 30평 이상만 되면 자신을 ‘잘사는 계층’으로 생각하며 한나라당을 찍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중산층이 주류를 이루는 아파트가 한나라당의 표밭이라는 것은 여러 선거에서 입증된 일”이라고 말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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