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與 선거공조 균열 파장]사실상 1與多野 싸움될듯

  • 입력 2000년 2월 9일 07시 09분


“선거공조는 사실상 물건너갔다.”

우여곡절을 겪어온 선거법 개정안이 8일 밤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반대로 마침내 ‘1인1표제’로 결말지어지자 민주당 핵심관계자들은 자탄의 소리를 뱉어냈다. 특히 이날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귀국을 계기로 자민련의 당론이 ‘혹시 1인2표제로 돌아서지 않을까’ 하며 기대를 걸었던 이들은 한결같이 씁쓸한 표정이었다.

이날 저녁 자민련 당론이 최종적으로 ‘1인1표제 고수’로 정리됐다는 보고를 받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침중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 민주당 수뇌부의 자민련측에 대한 섭섭한 감정은 작년말 합당이 무산된 이후 계속돼온 JP의 ‘차별화’ 행보에 대한 불만과 맥을 같이한다. 민주당 관계자들이 이날 1인2표제 도입이 무산된 뒤 “정 그렇다면…”이라며 자민련의 태도에 반감을 감추지 않았던 것도 그동안 쌓여온 감정의 앙금을 여실히 반영한 셈.

아무튼 공동여당 간 선거공조가 사실상 물건너감에 따라 ‘4·13’ 총선의 전망은 매우 불투명해졌다. 당장 수도권 지역부터 민주당과 자민련이 각각 후보를 내세울 경우 여야 구분이 어려운 난전이 예상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지역에 따라서는 자민련후보가 출마해 충청표를 가져가는 것이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한 지역도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자민련의 경우 일단 민주당과 DJ에 대한 비판수위를 높일 것이 명약관화해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선거는 사실상 ‘1여(與)다야(野)’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민주당측은 수도권의 경우 자민련 현역의원지역으로 강세지역인 곳은 후보공천을 정책적으로 하지 않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또 다른 변수는 자민련 강세지역인 충청권의 향배. 민주당측은 일단 민주당 지지도가 만만치 않은 대전지역을 포함, 충청권의 상당수 지역에 공천후보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충청권 정면돌파론’을 주장해온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이 논산에 출마할 경우 승산이 있다는 게 민주당측 계산이다.

한편 여권의 한 당직자는 “양당이 개혁적 이미지와 보수적 색채를 극대화해 총선에서 각개약진하는 방안이 의석 확보에 효과적일 수도 있다”며 총선 후의 ‘공조복원’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러나 1인1표제를 유지함으로써 전국구 비례득표를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많은 지역에 후보를 출마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할 때 총선과정에서 ‘파경(破鏡)’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동관기자> dklee@donga.com

▼ JP귀국…與圈핵심에 불만드러내 ▼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8일 오후 5박6일 간의 일본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자 정가의 시선은 온통 JP에게 쏠렸다. 2여 간 공조관계는 물론 이날의 선거법 처리문제에 이르기까지 JP의 ‘선택’에 따라 가닥이 잡혀질 것이기 때문.

그러나 JP는 언제나 그렇듯 이날도 무척 말을 아꼈다. 그는 김포공항에서 “2여공조는 어떻게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인 ‘마오쩌둥(毛澤東)의 비록’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한마디를 던진 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선 “66년부터 76년까지 있었던 일이야”라고 덧붙였다.

‘마오쩌둥의 비록’은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책으로 마오쩌둥과 문화대혁명에 관한 비사를 소개한 내용. 2여 간 공조붕괴 사태를 초래한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운동을 홍위병을 동원한 문화혁명 당시의 상황에 빗대며 여권핵심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이같은 JP의 발언은 결국 청와대나 민주당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공조복원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JP를 수행했던 한 의원도 “JP가 지금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 저쪽(민주당)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 자민련 "공조 복원 어림도 없다" ▼

“앞으로 2여 연합공천의 ‘연’자도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민주당으로부터 연합공천 제의를 받은 일도 없고 협의한 바도 없으며 그런 협상에 임하지도 않을 것이다.”

8일 오전 간부회의가 끝난 뒤 자민련 이양희(李良熙)대변인은 이같이 단언했다. 이대변인은 이어 9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리는 ‘구조조정 2단계 4대부문 개혁보고회의’에 차수명(車秀明)정책위의장이 불참키로 한 사실을 소개하며 “정부측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단호히 뿌리쳤다. 이게 양당 공조의 현주소다”라고 강조했다.

자민련은 이날 평소 비공개에 부치던 ‘정세보고’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정세보고의 요지는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고 호남지역에서조차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내용.

이처럼 자민련이 ‘2여 공조복원 불가’를 재삼 천명하고 나선 것은 청와대와 민주당측이 DJP회동을 추진하는 등 공조복원 쪽으로 물줄기를 돌릴 경우 일어날 수도 있는 당내 동요에 미리 쐐기를 박자는 것. 실제로 이날 간부회의에서 이태섭(李台燮)부총재가 “연합공천을 통해 수도권도 살려야 할 것 아니냐”고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했다가 박철언(朴哲彦)부총재 등과 심한 언쟁을 벌이는 등 당내 이견이 표출되기도 했다.이와 함께 이날 오후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귀국에 앞서 확고한 당의 입장을 천명, 향후 JP의 행보를 붙들어두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아무튼 이같은 강경기류는 공조가 사실상 파기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입을 닫은 채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JP에게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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