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 파문]'제2 언론장악 책자' 있나 없나?

  • 입력 1999년 11월 2일 19시 48분


“이종찬국민회의부총재가 국정원장을 그만두고 나올 때 언론장악에 대한 책자를 만들어 가지고 나왔으며 이후 국정원이 돌려달라고 했으나 거부했다는 정보가 있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의 ‘언론대책문건’ 폭로에 이어 김무성(金武星)의원이 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언론장악책자’의 존재를 주장해 정치권이 더욱 소란스러워지고 있다.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가 만든 내용도 다 포함돼 있다”는 한나라당 주장대로라면 이 책자는 ‘언론장악 대책의 종합판’인 셈. 그렇다면 과연 이 책자는 존재하는 것일까, 또 존재한다면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을까.

김의원은 2일 “당의 언론대책위원회 회의 도중 당지도부가 나에게 발언을 하도록 주문했다. 처음에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말할 수 없다고 버티다가 지도부가 ‘확실한 정보’라고 강조해 발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내용인지 정확히 보고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 책자의 존재가능성을 제기한 진원지로 지목되는 정의원도 “그같은 문건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보면 한나라당이 ‘언론장악책자’를 확보하지는 않은 것 같다. 만약 그 책자를 가지고 있다면 정의원과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간의 금품수수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세에 몰린 한나라당이 이를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의원도 “이부총재가 그런 책자를 만들어 가지고 나와 보관 중이라는 확실한 정보가 있다”고만 말한다. 이 때문에 “정의원이 ‘정보매수설’로 궁지에 몰리자 방어 차원에서 ‘언론장악책자’의 존재설을 흘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도준기자, 또는 현 여권에 불만을 품은 국정원 출신 인사가 이부총재의 사무실에서 책자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를 정의원에게 알려주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종찬부총재와 국민회의측은 “고발하지 않을테니 책자가 있다면 언제든지 공개하라”며 자신감있는 표정이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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