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경비정 고의충돌작전]아군艦 함포장착 한때 전운

  • 입력 1999년 6월 11일 19시 37분


11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 서쪽 11.7㎞해상.

바람 한점 없고 물결도 잔잔하지만 북방한계선(NLL)주변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해군 고속편대장인 성한겸(成漢謙·35·해사42기)소령은 대원들에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긴장을 풀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북한 경비정의 NLL침범이 11일로 닷새째. 여느때 같으면 남북 어선 수십척이 보이지 않는 해상경계선의 남북 양쪽에서 꽃게잡이 조업을 하겠지만 어선 대신 남북 해군함정이 대치중이다.

오전 8시. 국방부 지휘통제실로 불리는 지하벙커에는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과 김진호(金辰浩)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가 도착한 가운데 긴급 군사상황회의가 열렸다.

조장관은 지휘통제실장으로부터 북 경비정 4척이 오전 4시경 인천 옹진군 연평도 서방 10㎞ 지역에서 한계선 남방 3㎞까지 넘어왔다는 보고를 받고 결연한 의지로 강경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조장관의 지시가 합참을 통해 서해안을 관할하는 해군 2함대에 긴급 하달되면서 군사작전은 사실상 돌입됐다.

지시가 떨어지자 NLL 남방 완충지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고속정 8척 외에 연평도 대청도 등 서해상에서 경계활동을 펴던 초계함과 호위함 등 수십척의 함정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오전 10시48분. 북 경비정 2척이 추가로 남하해 NLL 남방지역에서 북 경비정은 모두 6척으로 늘어났고 우리 해군 고속정 8척이 이들 주변에서 고속질주하며 ‘해상시위’를 시작했다.

10일까지 NLL 남방 2∼6㎞해상까지 침범하던 북한 경비정들은 이날은 대담하게도 10∼11㎞까지 내려왔다.

우리측이 무력대응을 가능한 한 자제하기 위해 설정한 완충구역 끝을 1㎞ 가량 남겨둔 위치였다.

‘작전개시.’ 11시40분 명령이 떨어졌다.

순간 해군 고속정 8척은 시속 20∼30 노트의 속력으로 경고방송도 없이 곧바로 북 경비정 방향으로 돌진했다. 잠시 뒤 해군 고속정 1척이 북 경비정 1척의 함미 부분을 들이받았다.

이어 ‘충돌 밀어내기’식 작전은 낮 12시5분, 10분, 12분 등 5∼6분 간격으로 이어졌다.

일본 씨름인 스모와도 같은 양상이었다. 해군 고속정은 170t급에 불과한 반면 북 경비정은 250t 및 400t급으로 선체가 2배 가량 컸다. 그러나 해군 고속정은 북 경비정에 충격을 주기 위해 함미 부분을 집중 공격해 들어갔고 ‘꽝’하는 소리와 함께 충격을 받은 북 경비정 4척은 선체에 손상을 입은 채 주춤거리다 뒤로 물러섰다.

우리 고속정에 강하게 들이받히면서 북한경비정 뒤쪽이 심하게 파손됐다.

물론 우리 고속정도 약간 손상됐지만 작전기동엔 전혀 지장이 없는 정도.

우리 해군이 다시 다가서자 예상 외의 강력한 대응에 놀란 북한경비정 6척은 일제히 속도를 높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오후2시15분경 NLL북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상황이 숨가쁘게 전개되면서 북측 해안에서는 샘릿(사정 83㎞) 실크웜(사정 95㎞) 등 지대함 미사일이 배치되는 징후가 포착됐고 우리측 초계함과 호위함에서도 함포가 장착되면서 한때 전운이 감돌기도 했다.

그러나 북 경비정들이 오후 2시15분께 순순히 NLL북방지역으로 퇴각하면서 우리측의 군사작전은 일단 종료됐다.

NLL북쪽으로 달아난 북한경비정 중 4척이 오후 2시50분경 다시 남쪽 해상으로 넘어오자 해군고속정은 북한경비정 주위에서 무력시위를 벌였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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