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총재회담, 주내개최 물 건너간다

  • 입력 1999년 3월 10일 19시 24분


여야총재회담 조기개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총재회담 막후협의를 해온 여야 사무총장은 10일 아예 접촉조차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이번 주에는 다른 일정상 총재회담을 할 수 없다고 공표하는 바람에 시간여유가 생겼다는 게 양당 총장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14일부터 서울 구로을 등 재 보궐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총재회담 개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야가 상대방을 격한 어조로 비난할 게 뻔해 총재회담을 개최하기에는 부적절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여야는 총재회담 지연 책임을 서로 상대방에 떠넘기고 있다. 청와대와 국민회의는 한나라당이 계파간 이견 등 내부사정이 조율되지 않아 총재회담이 지연되는 것 같다면서 자신들이 먼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반면 한나라당은 “총재회담이 식사나 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된다”면서 편파사정 중단, 국가정보원 정치사찰에 대한 후속조치, 특별검사제 도입 등 신뢰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조치들이 회담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특히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총장은 10일 “총재회담이 빨리 성사되지 않는 것은 한나라당 각 계파의 입장정리가 되지 않은데다 일부에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영향도 있다는 얘기를들었다”고 말했다.

김전대통령이 한나라당 민주계의원등을 서울 상도동 자택으로 불러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공격하면서 현 정권과 대립국면을 유지해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해 이총재의 총재회담 행보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게 여권의 주장이다.

그러나 김전대통령측과 한나라당은 이를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김전대통령을 대변하고 있는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은 “김전대통령이 총재회담을 막을 이유도 없고 설령 막으려 한다고 해도 이총재가 그 얘기를 듣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총재회담이 지연되면서 한나라당 내에서는 내부 분란이 일어날 조짐을 보인다. 비주류 인사들은 이총재가 세풍사건에 연루된 서상목(徐相穆)의원과 동생 회성(會晟)씨 문제를 풀기 위해 총재회담을 끌고 있다고 의심한다.

비주류의 한 중진의원은 “총재회담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여론이 고조된다”면서 “이총재가 자신만 살기 위해 당 전체를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무튼 재 보선 일정을 감안할 때 총재회담 성사의 ‘데드라인’은 내주 초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