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득교수,저서「대통령학」서 DJ리더십 비판 화제

  • 입력 1999년 3월 9일 19시 26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학문적 비판이 본격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려대 함성득(咸成得·대통령학 전공)교수는 최근 발간한 ‘대통령학’이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김대중정부가 정책 집행력에 있어 취약성을 보이고 있는데다 국회 정당 등 제도기관들의 동의를 얻는데도 실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함교수는 “8조원의 예산을 공공근로사업 등 일과성 소비지출에 투입한 실업대책은 정책결정과 집행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즉 정책 집행이 생산적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이런 현실은 김대통령의 ‘행정적 리더십’이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

국민연금 확대실시 논란, 한자병용시비 등 최근 문제가 됐던 사안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게 함교수의 설명이다.

함교수는 또 김대통령이 국회라는 정치제도를 등한시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대중정부는 역대 정권 중 국회 기반이 가장 취약한 상태로 출범했지만 집권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선 정치적 갈등을 초당파적 협조로 해결하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전통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는 것.

그러나 김대통령은 타협보다는 인위적 정계개편을 통해 여소야대를 부정함으로써 “대통령 중심의 독단적 정치구도가 나타날 가능성을 높게 만들었다”는 게 함교수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함교수는 김대중정부가 행정적 입법적 리더십의 취약성을 대중적 리더십으로 대체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정책적 리더십’에서는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게 함교수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수출 증대와 고용 창출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 등 특정한 국정 과제에선 남다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것.

한편 함교수는 아태재단을 ‘김대중기념관’과 연구소로 발전시킨다는 여권 일각의 구상에 대해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이 퇴임후를 대비해 일해재단을 설립했다가 많은 비난을 받았던 전례가 있는 만큼 김대통령의 아태재단은 대학 등과 연계해 공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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