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회담개최 진통]여야 감정 「실타래」풀기 먼길

  • 입력 1998년 11월 9일 07시 34분


정국정상화를 위한 여야영수회담개최가 막판 ‘샅바싸움’으로 난산을 거듭하고 있다. 8일밤 늦게까지 벌어진 사전정지협상이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그만큼 현재의 여야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여야는 그동안 국무총리인준 ‘6·4’지방선거 정치인사정 의원당적이동 정기국회개회 국세청대선자금모금사건 판문점총격요청사건 등을 거치면서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특히 한나라당 ‘8·31’전당대회에서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선출된 이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총재는 합리적인 파트너십의 정립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치달았다.그 과정에서두사람은 지난해 대선에서 표출됐던 감정대립을 재연하는 양상까지 보여줬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야는 최근들어 정쟁에 대한 비난여론과 서로의 필요에 의해 관계정상화의 돌파구를 모색해왔다. 김대통령으로서는 우선 중국방문 이전에 내정의 현안을 매듭짓고 출국하는 것이 홀가분할 것이다. 또 예산안 등 산적한 정기국회현안과 정치개혁입법 ‘제2의 건국’ 등을 원만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총재로서도 그동안 대내외적으로 불안정한 체제를 확고하게 다지기 위해서는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절차가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이같은 여야의 시도는 영수회담을 서로에게 유리하게 이끌려는 전략이 맞부닥치면서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구체적인 합의도출보다는 정국정상화를 위한 상징적인 만남이라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따라서 경제청문회와 총풍사건고문의혹 및 불법감청공세는 여야에 거의 유일한 전리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막판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수회담이 물건너 간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영수회담이 필요하다는 데 여야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고 관계정상화의 물살은 이미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거세다. 9일 중 여야가 협상을 매듭짓고 바로 영수회담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정권교체후 계속된 반목과 대립의 여야관계가 대화와 타협의 정상궤도에 진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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