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기대/헌법도 무시한 선거법협상

  • 입력 1998년 4월 6일 19시 59분


여야의 통합선거법 개정 협상이 당리당략에 의해 무원칙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여야가 합의한 지방선거 입후보자의 공직사퇴 시한과 지방자치단체장의 중도사퇴 후 공직출마금지 조항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여야는 4일 지방선거 입후보자의 공직사퇴시한을 현행 90일 전에서 60일 전으로 단축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선거일 60일 전인 5일까지 법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함에 따라 광역단체장 출마의사를 갖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배려, 편법을 동원했다. 이번 6·4지방선거에 한해 개정 선거법 공포전까지 사퇴하면 출마가 가능하도록 했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의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5일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한나라당 이의익(李義翊)의원도 대구시장출마를 위해 곧 의원직을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석연(李石淵)변호사는“ 이 조항이 입법화되면 종전규정에 따라 의원직을 사퇴한 국회의원과 형평에 어긋난다”며 “일부 의원들에게만 특권을 부여한 이 조항은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치단체장의 중도사퇴 후 공직출마금지도 기초단체장들이 16대 총선에 출마하는 것을 막으려는 여야간의 속셈이 깔려 있다. 이 조항 역시 헌법상 피선거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권은 “두 조항에 모두 위헌소지가 있지만 한나라당과의 합의도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양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로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는데만 총력을 기울일 뿐 위헌시비 등 후유증은 안중에 없는 정당의 자세가 놀라울 따름이다.양기대<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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