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네탓이오, 네탓』…정국책임론 『모른척』

  • 입력 1998년 3월 4일 19시 46분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서리는 3일 임명장을 받은 뒤 가진 취임식과 기자간담회에서 서너 차례나 국회의 총리임명동의안 처리 무산으로 빚어진 정국혼란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이어 4일에도 “아직 여진이 꺼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불이 더 붙을지 모르겠다”면서 “특별한 감흥은 없으며 할 일을 할 뿐이다”고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그러나 총리서리 취임 이후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는 일절 거론하지 않은 채 주로 야당측을 겨냥하는 말만 했다. 그는 야당이 총리임명동의안을 원만히 처리해 주지 않은데 대해 “섭섭하더구먼…”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특히 “야당이 어떤 심정에서 2일과 같은 일을 했는지 모르지만 야당은 건전하게 시시비비를 가리는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야당이 건전해야 국정이 제대로 될 것”이라고 야당의 태도를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야당이 자신의 ‘큰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려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나는 20여년전에 이미 총리를 한 사람이다. 내가 총리를 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 나라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해서 이러는 것이다. 국민이 허리펴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이것이 나라와 국민에 대한 나의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와 함께 기자들에게 “아직 총리서리 딱지가 떨어지지 않은 만큼 여러분이 딱지가 떨어지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이후 정국이 이처럼 꼬인 데는 정치를 제대로 풀지 못한 여야의 책임도 크지만 원천적으로는 김총리서리에게 상당부분 문제가 있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김총리서리 자신이 자리에 지나친 집착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지만 정작 본인은 취임 이틀이 지나도록 이런 현실을 인정할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런 태도에 대해 총리실 주변에서는 61년 5·16군사쿠데타 이후 긴 세월을 2인자로서의 생을 살아와 여론의 거센 비판에도 애써 무관심해온 김총리서리의 ‘삶의 지혜’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많았다. 총리실 관계자는 “김총리서리가 현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 자기의 책임을 인정해야 하고 그러면 사퇴얘기가 나올텐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양기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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