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시대]國政성패 가를 첫 공동집권

  • 입력 1997년 12월 23일 07시 58분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당선자는 이제 헌정사상 초유의 정치실험을 해야 한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에게 후보단일화의 조건으로 합의해준 공동정권수립과 내각제개헌은 지금 DJ나 JP에게 모두 고도의 정치력과 엄청난 고뇌를 요구하는 「뜨거운 감자」로 변했다. 이 문제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해결하느냐는 「김대중정권」이 성공한 정권으로 역사에 기록되느냐, 아니냐의 대전제가 될 것이다. 두 사람이 이 난제를 슬기롭게 마무리짓지 못한다면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극복 등 경제난타개도 힘들고 임기 내내 엄청난 정치적 혼돈 속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그 경우 정권교체 기대를 한몸에 받고 집권한 DJ는 결국 국민에게 실망만 안긴채, 어쩌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보다 더 쓰라린 좌절을 겪고 청와대를 떠날지도 모른다. 반대로 두 사람이 이 문제를 무난히 처리하면 「DJP연대」는 집권 뿐 아니라 공동정권의 성공적 운영에 대한 새 평가를 받으면서 헌정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될 것이다. 그만큼 공동정부와 내각제개헌추진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크다. 이는 역으로 그 전도(前途)에 험난한 걸림돌이 산재해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공동정부운영과 관련, 양당합의서에 명시된 사항은 「국무총리는 자민련이 맡는다」 「국무위원을 동등비율로 임명한다」 「공동정부운영협의회(가칭)를 구성한다」는 세가지다. 앞으로 복잡하게 파생될 문제들은 합의문에 없다. 따라서 공동정부운영의 세부사항은 이제 양당간 상시협상에 의해 결정된다. 공동정부를 운영하며 협상도 병행해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바로 이점이 공동정부의 근본적 취약점이다. 새정부출범 전에 해결해야 할 급선무는 정권인수위와 취임준비위, 경제비상대책기구의 구성이다. 이에 관해 공동정권의 합의정신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다른 기구도 양당 동등비율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정권인수위도 이미 양당에서 12명씩 참여하기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인수위구성 원칙을 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다소의 진통이 있었다. 자민련은 인수위부터 당연히 절반씩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국민회의에서는 『인수위까지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을 제시, 신경전이 벌어졌다. 국무총리권한의 범위도 정부출범과 동시에 정해야 할 사안이다. 양당은 「국무총리의 지위와 권한행사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통해 이를 명문화하기로 합의했으나 양당의 시각차는 여전하다. 자민련은 총리의 자진사퇴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방적으로 해임할 수 없도록 하자는 시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DJ가 자민련출신 총리를 임의로 제거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자는 의도에서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이 규정이 위헌소지가 있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DJ의 권한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이는 JP의 달라진 위상으로도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이전의 JP는 대통령에게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고 대통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영원한 2인자」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2인자로서 단순히 권력에 복귀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새롭게 1인자로 도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DJ와의 연대를 추진했다. 선거에서도 충청권의 표를 DJ에게 몰아줘 당당한 일등공신이 됐다. 목소리가 그만큼 커질 것이라는 예상은 당연하다. 따라서 DJ와 JP가 권력안배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충돌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자민련에서 당장 DJ와 JP, 박태준(朴泰俊·TJ)총재와의 「DJT 주례회동」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동정부 내각이 원만하게 조화를 이룰지도 미지수다. 공동정부 구성은 DJ의 인사스타일로 보면 외부인사, 테크노크라트의 대거참여가 예상된다. 이 경우 국민회의와 자민련, 관료출신인사 외부전문가 등 다양한 세력이 얽혀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DJP연대」의 성패를 결정적으로 가를 사안은 내각제 개헌문제다. DJ와 JP는 개헌문제를 언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서부터 고민을 거듭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헌에 필요한 여건 조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추진시점이 유동적이다. DJ는 IMF체제극복 등 경제난해소를 최우선과제로 설정했다. 또 내각제에 대한 섣부른 공론화를 시도할 경우 『만신창이가 된 국정은 팽개치고 「권력나눠먹기」에만 혈안이 돼있다』는 반발에 부닥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DJP후보단일화」의 반동으로 내각제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져 현시점에서는 그 지지가 대통령제의 절반 수준인 점도 고려대상이다. 자민련도 이같은 분위기를 알고 있다. 집권 즉시 출범키로 한 내각제추진위 구성을 일정 기간 미루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데에도 공감하는 눈치다. 때문에 개헌추진 착수시기는 다소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99년말까지 개헌작업을 마무리한다는 자민련의 단호한 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소수의 권력획득방법으로 내각제가 유일한 수단이라는 판단에서다. 선거운동과정에서 벌어졌던 다음의 해프닝은 양당간에 벌어질 줄다리기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JP는 투표일을 며칠 남기지 않은 어느날 DJ에게 전화를 걸어 한바탕 따지고 들었다. 국민회의측에서 『집권하면 내각제개헌추진 등으로 국정혼란에 빠지지 않겠느냐』는 반감을 해소하려고 『당분간 정상적 국정운영이 최우선 과제』라는 논리를 내세운 진의가 뭐냐는 것이었다. 또 『IMF시대의 총리는 경제전문가를 기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표시했다. DJ는 『오해하지 말라』고 달랬으나 이때부터 두 사람이 끝없는 신경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측이 심심찮게 나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내각제개헌합의가 어떤 이유로든 지켜지지 않을 경우의 대혼돈이다. 99년말까지 2년 동안의 상황변화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우선 집권한 DJ의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 또 경제위기 심화 등 여건이 악화될 수도 있다. DJ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인정이 따를 경우 국민여론이 어느쪽으로 흐를지도 가늠하기 힘들다. DJ가 이런 저런 명분을 내세워 개헌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으로 추진하려 할 때 JP와 자민련이 극단적인 태도로 나온다면 정국은 물론 사회전반이 혼미해질 공산이 크다. 따라서 DJ나 JP 모두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위기에 처한 나라를 살리는 일이 국민이 「DJP정권」에 맡긴 대임(大任)이기 때문이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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