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대선/票心 현장]「IMF한파」에 얼어붙은 유세

  • 입력 1997년 12월 4일 19시 54분


▼ 인천 경기 ▼ 《심각한 경제난에 대통령선거 유세도 얼어 붙었다. 대규모 정당연설회를 모두 취소한 각 후보진영은 거리유세에 주력, 유권자들과 대면(對面)접촉을 통한 표심(票心)끌어안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파국직전의 경제난에 지친 유권자들을 유세현장으로 끌어들이기 쉽지 않자 새물결유세단 파랑새유세단 신바람유세단 등을 운영중인 각 후보진영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후보 등 3당 후보가 직접 나서는 거리유세에는 그래도 몇백명의 청중이 모여든다. 그러나 지원유세단의 경우 10명도 되지 않는 청중 앞에서 유세를 벌이는 일도 흔한 실정이다.》 4일 아침7시 수원역광장. 유세차량에 오른 국민승리21의 권영길(權永吉)후보가 『일하는 사람이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소리높여 외쳤으나 박수로 호응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출근길 시민들은 힐끗 쳐다보고는 종종걸음 치기에 바빴다. 3일 오후2시 수원 팔달문 로터리에서 열린 이인제후보 가두유세에도 불과 2백여명의 청중만이 모였다. 부근을 지나던 택시기사는 『먹고 살기도 바쁜데 누가 추위에 떨면서 유세를 듣겠느냐』고 말했다. 이후보는 이날 과천시민회관 안양농수산물센터 안산공단 부평시장 주안역광장 등 인천 경기일대를 돌며 바람몰이에 나섰으나 청중은 1백여명 내외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국민회의 경기도지부는 후보가 참석하는 가두유세 일정을 아예 잡지 않고 있다. 대신 파랑새유세단을 활용, 4일 팔달문과 수원역에서 김영환(金榮煥) 김민석(金民錫) 신기남(辛基南)의원 등이 거리유세를 벌였다. 지난달 27, 28일 인천과 의정부에서 이회창후보가 참석한 대규모 정당연설회를 벌인 한나라당은 5일로 예정했던 이후보의 경기 방문일정이 TV녹화 관계로 취소되자 제정구(諸廷坵) 손학규(孫鶴圭)의원 등으로 구성된 새물결유세단의 거리유세에 의존하고 있다. ▼ 대전 충남북 ▼ 각당이 표심의 향방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지역이지만 거리유세가 썰렁하기는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 한나라당 진영은 그동안 거리유세를 하지 않다 중앙당의 질책을 받고 3일부터 본격적으로 거리유세에 들어갔다. 그러나 청중이 제대로 모이지 않아 연사들만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이회창후보의 부인 한인옥(韓仁玉)여사를 투입, 3일부터 이틀간 대전 충남지역의 시장 터미널 등을 집중공략했다. 국민회의는 김대중후보가 내려오지 않는 대신 지난달 27일부터 충청지역을 돌고 있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대장정」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김명예총재는 하루 2∼3개 시군을 돌며 5백∼1천명의 청중이 모인 옥내집회를 열고 있다.국민신당의 이인제후보는 3당 후보 가운데 처음으로 4일 오후 대전을 찾았다. 그러나 홍명상가 공원에서 열린 이인제후보의 거리유세에는 불과 2백여명의 청중만이 찾았고 반응도 무덤덤했다. ▼ 대구 경북 ▼ 후보등록 이후 이회창 이인제후보가 한번씩 이 지역을 찾아와 거리유세를 펼쳤으며 김대중후보는 아직 방문하지 않았다. 이회창후보는 3일 대구 칠성시장을 30여분 훑고 지나간 것이 고작이었다. 이후보측은 지난달 대구 서문시장 유세로 지지율이 급상승한 계기가 된 점을 의식한듯 이날도 칠성시장 유세만을 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이날 유세는 1천여명의 상인이 몰려들어 이후보의 연설을 경청하는 다소 열띤 분위기였다. 한때 이 지역 지지율 1위를 차지했던 이인제후보는 지난달 29일부터 이틀동안 비가 내리는 악천후에도 포항 경주지역의 시장을 돌며 거리유세를 강행하는 「저인망 작전」을 펼쳤다. 이후보의 부인 김은숙(金銀淑)여사도 2일부터 사흘간 대구 경북에서 바닥표를 훑고 다녔다. 국민회의는 공조를 이루고 있는 자민련의 조직과 거리유세에 의존하는 편. 김대중후보가 오지 않는 대신 이 지역출신 국민회의 추미애(秋美愛) 자민련 박철언(朴哲彦)의원 등이 백화점 시장 대학가 등을 돌며 거리유세에 열중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의 관심이 대선보다는 경제위기 쪽에 쏠려 있어 거리유세에 청중이 기대만큼 모이지 않아 성과는 미지수다. ▼ 부산 울산 경남 ▼ 이 곳을 최대전략지역으로 삼고 있는 이인제후보가 가장 자주 찾아 가두유세를 벌였으며 이회창후보는 3일 오후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울산과 경남을 찾았다. 김대중후보는 아직 오지 않았으며 대신 김정길(金正吉)부총재와 파랑새유세단의 거리유세에 의존하고 있다. 이인제후보는 2일 부산 남포동 거리유세에 수많은 시민이 몰려들자 「대세잡기의 시동」을 걸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유세반의 가두유세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고 있다. 3일 오후 울산을 찾은 이회창후보는 주리원백화점 앞에서 1천5백여명의 청중을 놓고 거리유세를 펼쳤다. 추운 날씨에 다소 많은 청중이 모였지만 열광하거나 연호하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았다. ▼ 강원 ▼ 후보등록 이후 이곳을 찾은 후보는 이회창후보 뿐이다. 조순(趙淳)총재의 고향이 강원이어서 2일 강릉을 방문한 이후보의 유세는 강추위 탓에 일반청중보다는 당원 중심으로 이뤄졌다.이후보 유세 이후 조총재가 지역에 남아 동해와 삼척을 돌며 강행군을 계속했으나 당원이 아닌 유권자와의 접촉은 그리 많지 않았다. 김대중후보측은 김후보가 직접 유세를 벌이는 대신 자민련 김종필명예총재를 내세우기로 했다. 김명예총재는 5일 강릉 삼척에서 두차례 유세를 갖는 등 모두 10차례 정당연설회를 열 예정이다. 이인제후보는 9일경부터 이틀 정도 일정을 잡아 영서와 영동지방을 직접 돌며 표몰이에 나선다. ▼ 광주 전남북 ▼ 3당 후보가 23일간의 선거운동기간 중 호남땅을 밟게 될 시간은 얼마나 될까. 4일 현재 이인제후보의 「3시간 방문」만이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이회창후보와 김대중후보는 후보등록 이후 한번도 호남을 찾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획된 일정이 없다. 호남은 후보는 커녕 각 당의 주요인사나 후보부인들이 거의 찾지 않는 「유세 무풍지대」. 이인제후보의 4일 전북 방문도 전북도지부의 요청으로 충남에 온 길에 잠깐 들르는 식이었다. 이같은 유세기피로 오히려 유권자들 사이에서 『대선에서 호남이 너무 소외되고 있다. 우리도 후보 얼굴이나 한번 좀 보자』는 얘기마저 나돌고 있는 형편이다. ▼ 대선 특별취재반 ▼ △부산 경남〓윤정국 이호갑기자 △대구〓윤종구기자 △인천 경기〓김세원 이진기자 △광주 전남〓권재현기자 △대전 충남〓오윤섭 김정수기자 △강원〓김홍중기자 △충북〓이철용기자 △경북〓김호성기자 △전북〓윤경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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