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중간점검]젊은이 표-軍표-TV토론 3대 변수

  • 입력 1997년 12월 1일 20시 03분


《제15대 대통령 선거가 16일 앞으로 다가왔다. 경제위기가 최대 이슈로 된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번 대선전의 특징은 무엇이고 앞으로의 변수는 무엇일까. 또 유권자들은 어떤 기준에서 후보자를 선택해야 하는가. 본사 대선기획자문위원인 염재호고려대교수 이광형한국과학기술원교수 조배숙변호사 최인호변호사 함재봉연세대교수 등 5명이 지난달 29일 이번 대선전의 양상을 중간점검하고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전망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이번 선거는 엄청난 경제위기 속에서 치러진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 경제위기는 세계질서의 재편, 다시 말해 미국의 국제전략과 맞물려 진행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외환법 개정 등 대대적인 정리작업으로 폭풍이 올 것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대선에 묻혀 폭풍이 온다는 기상청 예보에도 불구하고 낚시하러 간 꼴입니다. 미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을 매개로 무슨 일을 벌일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아무 준비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이번 대선은 21세기를 준비하는 대선 아닙니까. ―그동안의 대선에서는 말로만 정책대결을 이야기했지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경제회생이 최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불행한 가운데 발전적인 측면이 아닌가 합니다. ―거시적으로 보면 이번 대선은 해방이후 줄곧 추구하던 경제발전 민주화 안보문제들이 상당히 성공한 상황에서 치러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제개발세력과 민주화세력으로 양분돼 정치적 긴장구조를 이끌어왔던 세력들이 합종연횡하는 것만 보더라도 그같은 이슈가 중요하지 않게 됐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야합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후보들이 합종연횡을 한 이유는 별다른 이슈가 없으니까 이데올로기나 지역감정의 최대공약수를 끌어안는 것이 이득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지요. ―현재 경제위기가 가장 큰 이슈인데 후보들은 어려운 경제를 어떻게 회생시킬 것인가 하는 대안 제시와 함께 누가 경제를 망쳤는가 하는 책임론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각 진영에서는 후보가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이 비슷한 상황에서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더 좋은 득표전략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불량채권을 정부지원으로 보전해주는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이슈가 됐었습니다. 불량채권을 가진 은행을 정부에서 지원해줄 것인가, 아니면 파산시켜 은행의 책임을 물을 것인가 하는 논란이었지요. ―우리도 경제문제에 대한 차별화된 정책이나 대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한보나 기아사태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든지, 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사람을 경제부총리로 하고 어떠어떠한 사람들로 경제팀을 짜겠다든지 하는 경제관련 섀도캐비닛(예비내각)을 공개하는 등의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의외의 정책이나 행태가 가져올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을 우려하겠지요. ―한나라당은 2자 구도로, 국민회의는 3자 구도로 몰고가야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회창후보의 경우 일단 2위만 되면 경선에 불복한 이인제후보의 인기가 급락하고 반DJP(김대중―김종필) 부동표가 이회창후보쪽으로 몰려올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부동표를 오게 하려면 조직과 자금이 필요한데 과거 노태우 김영삼캠프와 비교하면 현저히 다른 상황입니다. ―국민회의의 경우 3자 구도가 돼야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여기에도 함정은 있습니다. 87년 대선에서도 「다자필승」 「3자필승」론을 폈지만 노태우씨가 당선되지 않았습니까. ―이인제후보측에서는 지지율이 일시 떨어졌지만 유권자의 60%에 이르는 20, 30대와 변화를 바라는 두꺼운 지지층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DJP연대의 경우 별다른 시너지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반면 이회창―조순연대는 이회창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DJP연대의 경우 권력나눠먹기 야합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이―조연대는 온건하게 다룬 언론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두 연대의 본질은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결합으로 별차이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고 DJP연대는 때묻은 정치인들의 연대라는 시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DJP연대가 내각제를 연결고리로 했다는 것이 혼란을 주는 측면도 있습니다. ―양 연대의 시너지효과를 단기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봅니다. DJP연대는 조정기가 길었고 이―조연대는 짧아 차이가 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DJP연대를 통한 DJ의 굳히기 전략이 주춤해진 상황에서 이―조연대로 이회창후보의 인기가 상당히 올라갔으나 시간적으로 볼 때 아직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상황이 전개되지 않을까요. ―DJP연대의 경우 DJ를 지지하는 비판적 지식인들이 JP의 내각제를 좋지 않게 받아들여 일단 빠져나왔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되면 다시 비판적 지지를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이회창후보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여당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이회창후보를 비판하다가도 결국에는 어쩔 수 없이 돌아가지 않을까요. 이인제후보의 경우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젊은층 서민층 등 제삼의 계층이 DJP연대와 이―조연대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지지도의 등락이 결정되지 않을까요. ―앞으로의 큰 변수는 우선 20, 30대 젊은이들의 표가 어떤 식으로 작용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이―조연대와 DJP연대가 일정한 고정표를 흡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변수가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봅니다. ―20, 30대의 투표율도 관심거리인데 합리적이고 책임의식이 강해 투표에 적극적일 것이라고 보는 측도 있지만 이들의 경우 사회 이슈에 무관심한 특징도 있어 반드시 투표하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여론조사에 나타나지 않은 군인표도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봅니다. 부재자투표가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았던 시절, 이들 표는 모두 여당표였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까. ―앞으로 있을 세차례의 TV합동토론도 상당한 변수가 되고 지역변수 역시 활화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성유권자들의 경우 예전에는 남편을 따라 찍었지만 이제는 많은 여성들이 자기 주장대로 투표할 거라고 해요. 그러나 여성에 대한 정책을 따지는 사람은 드물고 이미지의 영향이 강한 것 같아요. ―현재도 흑색선전이 나오고 있지만 막판에 몰리면 결국 네거티브(부정적인) 전략들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요. 당마다 상대후보에 대한 약점들을 상당히준비하고있는 것 같은데…. ―그 내용이 지금까지 나온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우리 국민이 이제 그런 것에 식상해 있고 잘못하면 역효과를 부르는 악수로 작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표로 연결될지 계산은 안되지만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경제정책뿐 아니라 각 후보의 정책들을 구체적으로 비교해 보고 후보자를 선택하는성숙된자세가필요합니다. ―언론의 경우 공개적으로 정치적인 의사를 표시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 현행 법을 개정, 떳떳하게 정치적 의사를 밝힐 수 있도록 하는 문제 등도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정리〓양영채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