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社주최 첫 합동토론회 패널리스트 방담]

  • 입력 1997년 11월 28일 07시 45분


<◇ 방담 참석자:△최규철(본지 편집부국장)△민병욱(정치부장)△배인준(경제부장)△김종완(사회1부장)> ―제15대 대통령선거운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26일 저녁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YTN과 기독교방송(CBS)이 생중계한 3당후보 초청 합동토론회의 열기가 아직도 뜨겁습니다. 각계 반응도 대단하고요. ―공식 선거기간에 들어가자마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후보 등 유력한 세 후보가 한자리에 모여 정견을 내놓고 활발한 토론을 벌여 유권자들이 비교 평가할 수 있게 한 것은 선거사상 이번이 처음입니다. 선거문화의 질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됐습니다. 특히 선거운동 개시 전의 토론회가 자주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던데 비해 이번 토론회는 매우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진행됐습니다. ▼ 3당 모두 높이 평가 ▼ ―세 후보 모두 토론회가 실질적인 선거운동 방식으로 매우 유익했으며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정당들도 유권자들의 바른 판단을 이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담당분야에 대한 현장 지식을 갖춘 동아일보 편집국 부장단이 직접 패널리스트로 나온 점도 토론회의 박진감있는 진행에 일조했다는 평가입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밤늦게까지 토론회를 지켜본 사람들이 일제히 『선거 보도의 새로운 면모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로 흥미진진하면서도 한 눈에 후보를 비교평가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다』고 말했습니다. ―토론회의 전반부를 경제에 할애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맞는 비상상황을 반영한 것인데 그에 대한 반응은 어떻던가요. ―사실상 국가부도 사태에까지 이른 마당에 현상황을 진단하고 진지하게 해결책을 모색해 본 것은 시의적절했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앞으로 나라를 짊어지게 될 후보들이 생각하는 위기해결책이나 처방을 충분히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 토론회에서는 후보들이 그동안 해온 얘기를 되풀이하지 않고 새롭고 구체적인 대안을 많이 제시했습니다. 경제파탄 책임에 대해 세 후보가 모두 분명한 입장을 개진했고 금융산업 재편이나 금융실명제 문제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하면서 후보들이 단단히 각오를 하고 나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후보간 반론과 재반론이 거듭되면서 정치토론 선거토론의 진면목이 드러났습니다. ―그동안 토론회는 패널이 한 후보에게만 묻는 방식이었는데 이번 토론회는 상대후보 얘기를 듣고 바로 그자리에서 반박을 해야하기 때문에 순발력이 요구됐습니다. ―아슬아슬하게 설전을 벌이다가도 후보들이 마지막 순간에는 자제력을 발휘, 품위를 지켰고 그러면서도 언중유골(言中有骨)이 많아 긴장감을 풀 수 없었습니다. 토론내용은 어떠했습니까. ―경제난국 원인에 대해 후보들간에 다소 시각차가 있었습니다. 이회창후보는 경제 내적 문제에 초점을 맞춘 반면 김대중 이인제후보는 정경유착이나 정치권력, 정부의 무능에 책임을 물었습니다. ―후보들이 여러 쟁점을 충분히 숙지하고재미있는조어나말로알기 쉽게 풀이한 것도 돋보였습니다. 이른바 「친자(親子)」 「양자(養子)」논쟁이나, 지역감정 촉발의 책임문제를 놓고 「남이가」와 「남이여」로 정리한 것도 재치있는 응수였습니다. ―민생분야는 현 경제위기가 워낙 큰 탓인지 크게 부각되지 않았고 후보들도 원론적 대안을 제시한 수준이어서 아쉬웠습니다. ―경제분야 토론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후보들이 모두 경제가 대단히 어렵고 IMF구제금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1,2년후면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는 점입니다. 너무 낙관적이지 않으냐는 견해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는다는 얘기로 들렸습니다. ―세 후보들의 답변모습은 어떠했나요. ―이회창후보는 이전 토론회에서는 표정이 매우 굳어있었는데 이날은 자주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많은 토론을 거치면서 상당히 노련해진 모습이었습니다. ―나름대로 논리도 정연했고 법관출신이라 그런지 「내 생각은 이렇다」는 식으로 분명하게 얘기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후보가 답변할 때 중간에 끼어들거나 너무 공격적인 토론방식은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김대중후보는 노련하고 경륜이 돋보였지요. ―김후보는 정치 경제 사회 등 폭넓은 현안에 대해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토론 마지막에 유권자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다른 후보는 교과서적인 얘기에 그쳤으나 김후보는 경제난으로 망가진 국민의 마음을 위로하는 말을 해 대비됐습니다. ―차분하게 답변하려고 애쓴 탓인지 다소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줬는데 보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인제후보는 답변이 명쾌하고 힘이 있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달변이면서 임기응변에 능한 면모도 보였습니다. 다른 후보들을 깍듯이 『존경하는 후보님』이라고 올려 호칭함으로써 「영국 의회」식 토론모습을 보인 점도 돋보였습니다. ―물론 아전인수식 답변도 없지 않았는데 신한국당 탈당배경에 대해 『경제파탄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출사표를 던졌다』는 대목이 그랬습니다. 또 정책대안을 제시할 때 좀 깊이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타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론적인 얘기가 많았습니다. ―이번 토론회가 성사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특히 선거운동 개시 첫날 세 후보를 한 자리에 모이게 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습니다. 다른 언론사도 토론회를 추진했지만 후보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동아일보의 토론회에 우선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해왔습니다. ―그동안 동아일보는 정치 및 교육, 안보 정보화 노동 PC통신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할 때마다 많은 독자들의 여론수렴과정을 거쳤습니다. 전문가 의견을 듣고 질문지를 만들었지요. ▼ 경호 경비 세심한 신경 ▼ ―토론회에 앞서 많은 분들이 팩시밀리 PC통신 등을 통해 질문서를 보내왔는데 무려 2천∼3천여건이었습니다. 일일이 반영하지 못해 대단히 미안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양해를 구합니다.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첫 합동토론회였기 때문에 경호문제도 상당히 신경쓰였습니다. 경찰이 금속탐지기를 설치하고 후보들의 경호경비에 세심한 신경을 써주었습니다. ―당초 합의됐던 KBS생중계가 이뤄지지 못해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쏟아졌습니다. 생중계를 한 뉴스전문채널 YTN에 가입한 가정에 이웃이 몰려와 함께 시청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YTN이 27일 재방송을 할때도 시청자가 많았고 한번 더 방영해 달라는 요구도 쇄도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동아일보의 이번 토론회가 한국 선거토론문화의 질을 높이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한데 대해 자부심을 느낍니다. 토론회 진행이 완벽했다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의 합동토론회 진행에 참고가 됐으면 하는 것이 패널리스트들의 바람입니다. 〈정리〓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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