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내각제헌법 개요]독일식 골격에 영국식 일부도입

  • 입력 1997년 10월 28일 07시 38분


27일 본보가 입수한 자민련의 「내각제 헌법 개요」는 외부의 헌법학자 정치학자 등 전문가들과 함께 지난 1년여간 집중연구해온 개헌안이다. 비록 자민련이 만들었지만 국민회의가 DJP단일화 협상과정에서 순수내각제로 개헌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이 개헌안은 향후 개헌추진 과정에서 양당간의 주요 텍스트로 사용될 것이 확실하다. 자민련의 개헌안은 독일식 순수내각제를 기본 골격으로 하고 영국식을 일부 가미했다. 수상은 행정부의 수반(首班)으로서 국가운영 방향의 결정권, 국가긴급권, 하원해산권, 국군통수권, 공무원임명권 등 명실공히 「대권(大權)」을 행사한다. 반면 대통령은 대외적 국가대표로서 다수당 대표와 협의해 수상후보를 지명하고 수상 및 대법원장에 대한 절차상의 임명권과 주요공무원 임명의 확인권만을 갖는다. 「수상」이라는 직책은 흔히 「총리」라고도 쓰지만 명실상부한 행정부의 수반임을 강조하고 현행 헌법상의 「총리」와 구별하기 위해 「수상」이라고 명명했다. 이 개헌안의 가장 큰 특징은 이른바 「건설적 불신임제도」. 이는 내각이 자주 바뀜으로써 생기는 정국불안을 최대한 줄이자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이에 따라 수상은 취임 후 1년이 지나야 불신임을 할 수 있고 후임 수상이 선출돼야만 불신임이 처리된다. 이 개헌안은 또 개헌 후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하는 방안과 새 헌법 발효 후 상원선거를 실시하고 현 국회를 하원으로 인정하는 방안 등 두가지를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따라서 양당이 15대국회 임기 5개월전인 99년말까지 개헌을 끝내기로 한 이상 15대 국회의원의 임기보장에 대한 경과규정을 두어 2000년 4월경 상 하원 합동선거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개헌안은 현재 우리의 정치현실에 비춰 문제가 없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대통령과 수상의 권한다툼 등 분란이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내각제였던 과거 2공화국 당시 윤보선(尹潽善)대통령과 장면(張勉)총리가 그 예. 민주당 신구파를 대표하던 두 사람은 서로 반목, 윤대통령은 대통령의 형식적 임명권한인 「부서권」을 무기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특히 개헌 후 출범할 내각제 정부에서 어느 당도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권한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양원제를 두기로 한 것도 「의원수를 늘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내각제 하에서는 양원제가 보편적이지만 현재의 국회의원수가 결코 적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세대 허영(許榮)교수는 『자민련의 개헌안은 전반적으로 독일식을 본뜬 것이지만 외국에서 좋은 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며 정치적 여건이나 운영의 묘(妙)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교수는 특히 양원제에 대해 『미국 독일 스위스 등 연방제 국가구조를 가진 나라라면 몰라도 우리나라같은 단일국가에서 아무런 기능도 없는 상원을 굳이 둬야 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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