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대선자금」발언/與반응]『작심하고 극약처방』긴장

  • 입력 1997년 10월 17일 20시 11분


《신한국당의 이회창(李會昌)총재가 16일에 이어 17일에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법앞에 만인 평등』이라며 조사 필요성을 언급하자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신한국당내 비주류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고 야권은 이총재가 시도하는 「김대통령 밟고 넘어가기」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었고 청와대측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이총재가 16일 연합통신과의 인터뷰에서 92년 대선자금 조사와 관련, 『법앞에 만인은 평등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자 『진의가 잘못 전달됐을 것』이라며 펄쩍 뛰었다. 그러나 나름대로 경위를 알아보고 난 이후에는 잠잠해졌다. 이총재의 의중을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이총재는 17일 한국일보 초청 강연과 강릉지역 TV토론에서 작심한 듯 김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과 관련, 「조사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자 당내에서는 『총재가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달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측근들은 『대선자금 문제 거론은 7일 김대중(金大中·DJ)국민회의총재의 비자금 문제를 제기할 때부터 시나리오에 있었다』고 얘기한다. 그 때 이미 이총재측은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뜻이다. 한 측근은 『「DJ비자금」을 거론하면서 여당 대선자금에 눈을 감을 경우 폭로가 정치적 차원에서 제기됐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는 게 총재의 생각』이라면서 『다만 검찰수사를 위해서는 청와대의 협조가 절실한 만큼 대선자금 문제는 청와대의 태도에 따라 거론키로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청와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고 결국 대선자금이라는 「뇌관」을 건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이 측근은 전했다. 이총재가 비자금 문제 제기 이후 「침묵」→「불행한 일」→「구태정치의 산물」→「혁명적 과업」→「3김정치 격퇴」로 공세 수위를 차차 높여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총재측에서는 이미 김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에 대한 득실계산을 마친 상태다. 김대통령이 「대선중립」을 주장하는 이상 전폭적인 지원은 받을 수 없고 차별화를 강행한다고 해서 김대통령이 탈당까지 결행하지는 않을 것인 만큼 차별화를 통한 「법대로」 이미지 복원이 필요하다는 게 이총재측 생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재의 비세(非勢)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찬밥 더운밥 가릴 수 없다는 위기감이 주인(主因)임은 물론이다. 이총재측은 차별화 카드를 꺼낼 경우 당내 민주계 등 비주류의 반발도 계산에 넣었다. 그러나 내주초 선거대책위원회가 발족, 대선체제가 구축되는 만큼 큰 영향은 없으리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아무튼 비주류측의 반발은 거세다. 민주계의 한 중진의원은 17일 『다른 대선후보들과 차별화를 하라고 했지, YS와 차별화를 하라고 했느냐』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비자금 정국은 정치적으로 풀어야지 사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며 당의 검찰수사 촉구 방침에도 반대했다. 부산출신의 한 의원은 『명색이 여당총재가 정치적인 예의도 없이 배신행위를 했다』며 이총재를 비난한 뒤 『대선자금이든 뭐든간에 정치가 과거에 집착함으로써 경제파탄 사회혼란 국가불안이 초래됐으며 더 이상 저질 폭로전을 계속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주류측의 서청원(徐淸源)의원도 『이총재가 말한 「법앞에 평등」이라는 말의 진의를 모르겠다』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당내 주류 일각에서도 이총재의 대선자금 거론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나온다는 점이다. 한 고위당직자는 『김대통령이 도와주는 것은 별로 없어도 등을 돌릴 경우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다』며 『이총재가 자꾸 악수(惡手)를 두고 있다』고 걱정했다. 〈박제균·이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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